국산차 대비 3배 비싼 부품가…AS 받는데 한달 보름 걸려
출시된 지 1년만 지나면 차값 반토막(?) …구입보다 운행이 더 어려워
# 1 작년 말 꿈에 그리던 폴크스바겐 ‘뉴비틀’의 오너가 되어 한동안 잠을 설칠만큼 기분이 좋았던 직장인 김모(28∙남)씨는 최근들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월 15만9,000원만 내면 된다는 딜러의 말만 믿고 계약을 했으나, 김씨가 내야할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출을 받아 선수금 990만원을 지불했으나, 리스가 끝나는 24개월 후에 이 차를 소유할려면 2013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 2 영국산 수입차 랜드로버 프리랜더를 구입한 지 3년째를 맞는 이씨(40∙남). 처음에는 연비가 좋아 만족스러웠지만 이젠 수리하기가 겁이난다. 무료 A/S기간이 끝나 엔진오일, 브레이크 패드 등 소모품을 교체할 때마다 공임이 국산차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싸 불만이다.
수입차 업계의 가격경쟁이 오토리스를 이용한 각종 유인책들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 30대 젊은 고객층의 ‘묻지마 식’ 수입차 구매열풍을 이용한 교묘한 상술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 수입차 판매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사후서비스(A/S)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수입차 구매자들의 원성이 여전히 높다. 이에 수입차 업체들이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A/S망 확대나 기술자 양성에는 등한시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싼 월 납입금 강조하여 ‘충동구매’ 자극
국내 수입차 리스시장은 지난 2004년 7867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2005년 1조1534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 후 매년 급속히 팽창하여 2006년에는 1조5446억원, 지난해 말에는 1조9991억원으로 성장했고, 올들어서는 지난 6월말 현재 9984억원을 기록중이다.
최근 몇 년동안 매년 약 5000억원씩 시장규모를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수입차는 오토리스 시장의 약 65%를 차지할 정도로 그 수요가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딜러들은 각종 리스프로그램으로 특별 프로모션을 전개, 고객들을 유인한다.
하지만 수입차 리스에는 많은 함정이들이 도사리고 있어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초기의 비용부담이 적지만, 매달 내는 리스료가 만만치 않을뿐더러 할부가 끝나고 내야하는 유예금(차량 잔존가치)이 매우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또 매달 내는 리스료가 적으면 적을수록 많은 이자부담을 안아야 하고, 중도 계약해지가 불가능하거나 가능한 경우에도 고객 부담금이 큰 편이다.
예를들어 사브 9-3벡터의 경우 리스 프로그램을 통해 구입하면 차량 가격의 30%인 1107만원을 선수금으로 지급하고, 매월 33만9890원을 36개월 할부로 분납한다. 그리고 리스기간이 종료된 3년 후 유예금(차량 가격의 55%)으로 2031만원을 지불하거나, 2년 더 리스를 연장할 수 있다.
이럴 경우 3년동안 지불할 총 차값은 4358만원에 달하는 반면, 초기에 일시불로 살 경우 3690만원에 살 수 있어 리스 구매값이 무려 668만원이나 비싸다.
볼보의 엔트리카 C30 2.4i 모델도 선수금으로 1173만원(차값의 35%)을 지불하고, 36개월동안 26만500원을 납입한다. 리스기간 종료후에는 1843만원(차량가의 55%)의 유예금을 내면 차량을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일시불로는 3350만원에 살 수 있어, 리스로 살 때 지불하는 총 차
값 3970만원보다 무려 620만원이나 싸다.
이와 관련 중고차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리스로 수입차를 샀다가 차값을 감당하지 못해 중고차시장으로 나오는 수입차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목돈 없이도 외제차를 굴릴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수입차를 구매했다가는 일시불이나 일반 할부로 구매하는 것보다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수리비 국산차의 3배…AS센터도 태부족
= 국내에 수입차가 공식 수입된 지는 1987년 개방이후 20년이 됐다. 수입차의 시장 규모도 월 신규 등록대수가 6천대를 넘어서며 전체 자동차시장의 7%대를 바라보고 있다.
올 상반기 신규 등록대수는 총 3만3449대로 작년동기보다 31.2% 증가했다. 이처럼 수입차 등록대수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AS센터, 부품가격 등 사후관리 서비스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입차 AS부품가격은 국산차 부품에 비해 3배 이상 비싸고, AS센터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채웅 보험개발원장은 “수입차 딜러들은 판매보다 AS용 부품값을 높게 받아 이익을 내는 구조여서 수입차의 평균 수리비가 국산차보다 3배나 높다”며 “수입차의 AS부품 거품을 빼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수입차부품 수입 우수업체 지정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벤츠 S600의 콘덴서 가격은 107만7000원으로 독일 현지 가격(36만4000원)보다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우디 A63.2의 쿼터패널도 국내 판매가격(87만1000원)이 독일 현지가(46만5000원)보다 거의 2배 수준이다.
BMW750Li의 뒷 도어는 독일 현지가격이 68만1000원인 반면, 국내 가격은 113만8000원으로 67%나 비싸다.
이 같은 높은 부품가격 때문에 보험사가 수입차에 지급하는 평균 수리비(2006년 기준)는 245만원으로 국산차의 3.1배에 달한다.
이와 관련 한 수입차 정비센터 관계자는 “공식 정비센터는 공임은 비싸도 부품값은 싼 반면, 일부 카센터는 공임을 많이 깎아주는 대신 부품값을 비싸게 받아 시장을 흐려놓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수입차는 작은 부품 하나를 수리하는데도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부산에 사는 ㅈ씨는 “구입한 지 2년째 되는 독일차의 미션에 이상이 생겨 서비스센터를 찾아갔지만, 주요 부품을 독일에서 공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리기간이 한달 보름 넘게 걸렸다”고 불평했다.
이 같은 일은 거의 모든 수입차 업체들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즉 수입차업체들은 고객수요가 많을 경우 비행기까지 동원해 자동차를 수입하는 반면, 부품조달에는 무신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AS망도 문제다. 폭스바겐코리아의 12개 AS센터 중 판금, 도색 등 모든 수리가 가능한 곳은 3곳에 불과하며, 볼보코리아는 15개 중 4곳, 한국닛산은 9개 중 3곳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4월 수입차 병행사업에 진출했던 SK네트웍스 정만원 대표도 얼마전 “수입차 직수입 사업을 해보니 고객들의 가격불만은 물론 부품 및 정비 등 AS불만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며 수입차의 AS시장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거두는 이익을 본사로 가져갈 게 아니라, 국내 재투자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LIG손해보험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최근 30%씩 판매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AS와 관련된 수리비는 국산차 대비 급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수입차 업체들이 부품 물류센터와 AS센터를 확충하고 부품 및 AS부담을 국산차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1년된 수입 중고차값 신차의 반값?
수입 중고차량의 감가율은 국산차보다 훨씬 높아 시간이 지나면서 신차를 구입했던 수입차 오너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수입차의 경우 출고된 지 1년 가량 된 중고차의 감가율은 약 25% 정도다. 차종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일부 차종의 경우 출고된 지 3년도 채 안돼 감가율이 50%를 넘는 차량도 있다.
전국 중고 수입차 매매량의 85%가 거래되는 서울오토갤러리매매조합 관계자는 “1년에 2만km 정도 달린 수입차의 경우 가격하락율이 20∼30% 정도”라고 설명했다.
본지가 서울특별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의 중고국산차 가격과 서울오토갤러리의 중고수입차 시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차 가격이 3690만원인 BMW320i의 2007식 중고차값은 2800∼3000만원대에 형성되고 있어 감가율이 19∼25%에 달했다.
아우디 A6 2.0T의 신차가격도 5750만원이지만 중고차(2007년식) 값은 4200∼4600만원으로 감가율 역시 27%로 높아졌다.
폴크스바겐의 투아렉 V6 3.0TDI은 신차가격이 8340만원인 반면 2007년식 중고차값은 5400∼5800만원 수준으로 잔존가치가 불과 1년만에 64%로 떨어졌다.
일반인들이 쉽게 타기 어려운 고급 수입차량의 감가율은 더욱 심하다. 신차 가격이 7억8000만원인 마흐바흐 62의 중고차 가격(2005년식)은 4억원으로 잔존가치가 51.3%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고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신차로 출시될 때 가격에 거품이 많이 붙기 때문에 중고차가 되면 감가율이 높아지게 된다”며 “출고한 지 1년만 지나도 가격이 최대 50%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잘 고른다면 저렴한 가격에도 수입차를 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