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산업계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수출 물량이 큰 전자, 자동차, 조선 등의 업종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이 기대되는 반면 원료 도입 비중이 큰 정유, 항공 등은 환율이 오른 만큼 원화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계는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주요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외화 부채가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자동차, 전자 등 수출이 주력인 업종들은 환율 효과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 정유, 항공업계 '타격' 우려 =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정유업계와 가스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원유 및 가스 등 원자재 도입 원가 상승으로 예상치 않은 영업 외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며 경영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110달러 선에서 안정되는 추세여서 국내 원자재 도입 가격도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환율 급등으로 가격 불확실성이 커져서 향후 경영결정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환율 상승 탓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SK에너지는 지난 1분기 1천500억원에 이어 상반기 3천500억원 가량의 환차손을 입었다.
또 GS칼텍스의 경우도 지난 1분기 2천2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2천억원 대의 환차손 때문에 232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SK에너지는 환율이 1원 상승할 때 마다 20억원 정도의 환차손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에너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환관리협의회와 산하 실무위원회를 가지며 국제 금융시장 동향에 맞춘 환 운용 전략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가스업계 관계자도 "환율이 오르면 수입업계 입장에서는 금융비용 증가와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르면 어떻게 영업전략을 짜야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최근 유가가 하락하면서 한숨 돌렸던 항공업계는 환율이 급등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연초 환율을 각각 달러당 920원, 910원으로 예상했지만 이미 이 보다 150원 이상 올랐다.
항공업계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이 연간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이 75억원 가량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해외 사업장에서 달러화 수입을 확대하는 식으로 환율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 예상 환율은 연평균치라 당장 환율이 급등한다고 해서 부담이 갑자기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환율 움직임이 연말까지 간다면 경영 압박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 파생상품인 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도 환율이 예상외로 크게 올라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마땅한 환 헤지 수단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난해 KIKO 상품에 대거 가입했으나 환율이 최근 크게 오르면서 약정 구간을 벗어남에 따라 피해가 커지고 있다.
◇ 전자.자동차 등은 수익 개선 '기대' = 수출량이 큰 전자, 자동차는 원화가치 하락이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원료 수입량이 많은 반면 수출 물량도 상당한 철강의 경우 환율 변동이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의 경우 수출 비중이 높으나 현재의 환율 변동이 연간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일시적인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자재 수입가격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환율이 높으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최근 환율 상황이 지속되는 현상이라기보다는 수시로 변동하는 것이어서 중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다고 전자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활가전의 약 80%, 휴대전화 등 통신 단말기의 50% 정도가 해외 매출인 만큼 환율이 상승할 경우 원자재 수입가격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환차익이 예상되지만, 분기나 반기 단위로 볼 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연초에 900원대로 설정했던 원달러 환율이 계속 치솟으면서 채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비중이 70%가 넘는 현대차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 1천200억원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한다.
또 환율이 오르면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다양한 마케팅 정책을 펼 수 있는 것도 환율 상승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다.
현대차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미국, 서유럽 등 주요시장의 우수 딜러 개발 및 마케팅 확대, 신흥 시장 개척 등 장기적으로 체질개선의 기회로 활용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철광석, 유연탄 등 원료를 100% 수입하고 있어 환율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제품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있다가 이를 원료 수입 대금으로 지불하고 있어 환율 급등락에 따른 환차손을 그다지 입지 않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리는 환차손의 자연적 헤지를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다"며 "생산 제품의 약 30%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 수출 대금을 원료 구입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환차손이 발생하더라도 그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품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와 원료 대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달러 금액이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 차이가 환차손을 우려하거나 환차익을 기대할 정도로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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