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현대차, 품질 명품시대 연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경영철학 ‘넘버 원’은 품질경영이다. 정몽구 회장이 품질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은 지난 1970년대 초반 현대자동차서비스 사장을 맡고부터라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당시 정 회장은 AS를 총괄하면서 품질 불량 차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곧바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판매급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일찍이 깨달았다는 것.
이후 정몽구 회장 특유의 품질경영과 현장경영으로 비약적인 품질 향상을 거둬, 전 세계 자동차시장의 메카인 미국에서도 ‘최우수차’를 생산하는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했다.
◆정몽구 회장 “품질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가치”
정몽구 회장에게는 직원들이 붙여준 별명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품질본부장’이다.
지난 1999년 현대자동차 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수출현장을 점검하기 위해그해 초 미국을 방문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한국 근로자들이 열심히 만들어 낸 차량이 미국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현지 언론들은 현대차의 이런 저품질을 문제삼아 가십의 주제로 삼기도 했다고 한다. NBC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쟈니 카슨쇼’나 CBS의 ‘데이비드 레터맨 쇼’ 같은 프로에서 당시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결정을 현대차 구매결정과 비교했을 정도였다.
미국 시장에서 혹평을 들은 정 회장은 출장길에서 돌아오자마자 미국 J.D. 파워에 품질과 관련된 컨설팅을 받도록 지시했다. J.D. 파워는 미국에서 출시되는 신차를 대상으로 소비자의 불만사항을 조사해 언론에 공표하는데 그 결과에 따라 현지 판매가 좌우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당시 J.D파워가 지적한 5가지 사항은 아직도 현대차 양재동 사옥 1층에 위치한 해외품질상황실 입구에 가로 2m, 세로 2m 크기의 커다란 액자에 ‘J.D. 파워의 충고’란 제목으로 걸려있다.
지난 2001년 J.D.파워 3세가 남긴 이 지적사항을 3년이 흐른 지난 2004년. J.D. 파워 4세가 그해 연초에 실시된 초기품질지수(IQS) 조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현대차를 시상하기 위해 방문해 이 액자에 담긴 의미를 설명받고, “사실 J.D.파워는 저와 유사한 내용을 세계 여러 자동차 회사에도 조언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이처럼 강한 의지로 실천하는 곳은 보지 못했다”며 감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품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아래, 국내외 현장을 직접 돌며 임직원을 독려하고 전사적인 품질개선 노력을 펼쳐왔다.
그 결과, 현대차의 품질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00년 미국 J.D.파워 초기품질조사(IQS)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 일반브랜드 25개 업체 중 22위였던 순위가 지난 2006년에는 1위로 올라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이 뒷받침돼서였다”며 “직원들 사이에 ‘정몽구 회장은 품질본부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美 J.D. Power 등 현대차 품질 인정
현대차의 품질경영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의 각종 자동차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품질의 명품시대로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2006년 J.D.파워의 일반 브랜드 부문 초기품질조사(IQS)에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내구품질조사(VDS)에서도 일반 브랜드 중 6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의 13위에서 7단계나 상승한 것이며, 초기품질에 이어 내구품질에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특히 모델별 평가에서 베르나는 한국차 최초로 소형차(Sub-Compact) 부문에서 도요타의 싸이언(Scion)를 제치고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J.D.파워의 내구품질조사(VDS)는 구매후 3년이 지난 차량을 엔진, 변속기, 주행, 조향 등 147개 세부항목에 대해 자동차 100대당 불만건수를 점수화시킨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초기품질 뿐 아니라 내구품질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함으써 명실상부한 최고 품질의 메이커로 성장했다”며 “특히 내구품질은 차량 구매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고차가격 및 차량 잔존가치와 연관되므로 이번 결과는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 향상은 물론 판매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앞서 지난해 J.D.파워가 발표한 ’07 상품성 및 디자인 만족도’ 조사에서 현대차 그랜저는 대형차 부문에서 도요타 아발론(Avalon), 닷지의 차저(Charger) 등을 제치고 2년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또 최근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NHTSA)에서 실시한 충돌테스트 평가 중 정면 및 측면충돌에서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가 별 다섯 최고점을 받았다.
제네시스의 이 성적은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렉서스 ES350 등 경쟁차종들이 별 다섯개를 획득하지 못한 가운데 올린 것이어서, 전세계적으로 그 품질을 입증받는 계기가 됐다.
제네시스는 또 지난 6월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잔존가치 평가기관인 오토 모티브 리스 가이드에서 실시한 3년후 잔존가치 평가에서 50%를 받아, 47%를 기록한 렉서스 ES350, 46%의 캐딜락 CTS 등을 앞섰다.
현대 아반테는 고유가 시대, 연료절약형 차량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36년 창간돼 540만부 이상이 발행되면서 차량구매시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컨슈머리포트(ConsumerReports) 최신호(7월)에서 현대 아반테는 소형차급에서 ‘최고의 차’로 선정됐다.
컨슈머리포트는 지난 4월에도 아반테와 싼타페를 혼다의 시빅, 파일럿을 각각 밀치고, Small Sedan과 Midsized SUV의 세그먼트별 ‘올해 최고의 차’로 선정한 바 있다.
한국 자동차 모델이 컨슈머리포트지의 ‘올해 최고의 차’로 선정된 것은 처음으로, 당시 컨슈머리포트의 오토테스트센터 수석이사였던 데이비드 챔피언은 “올해 최고의 차는 성능, 내구성, 안전성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차”라며 현대차가 품질의 명품시대를 열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재붕 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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