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산업은행장은 미국 투자은행(IB)인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위해 국내 민간은행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2일 밝혔다.
민 총재는 이날 신용회복기금 출범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먼브라더스를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보다는 민간은행과 공동으로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민 총재의 발언은 지난달 25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리먼브라더스 인수는 민간금융기관이 주도해 참여 범위나 조건 등 핵심 사항을 리드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투자 파트너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적이 없고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산업은행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 인수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으며 이번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미국 내 4위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봤으며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투자은행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대해 업계에서는 인수가 실제로 성사될 지 여부를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부실 위험성이 큰 해외 금융기관을 인수했을 경우 자칫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민 총재도 이날 "리먼브라더스 측과 가격 협상 중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향후 진행 상황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리먼브라더스에 대한 실사를 계속 진행 중이며 잠재 부실 규모를 놓고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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