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리먼브라더스 인수 실패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투자은행(IB) 전환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종구 의원은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영화는 국내 금융공기업의 선진화를 위한 한 방법일 뿐"이라며 "이제까지 청사진도 제대로 만들지 않고 민영화를 추진했다면 로드맵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가 임기 내에 금융공기업 민영화를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빠른 것보다는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영화를 통해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는 산업은행의 비전에 대해서는 "황홀한 낙관론으로 부풀려진 산업은행의 민영화 계획은 당장 중단돼야 하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금융시장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각종 파생상품의 구조를 보면 리스크 관리의 전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며 "위험요인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전문 분야 외의 영역으로 진출하려는 것은 과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덩치만 키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며 "(내가) 앞장서 산업은행의 비전 조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세계 금융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발생한 위기에 대해 섣부르게 비관론이나 낙관론을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만 중요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에 대해 시장이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어떤 곳은 파산하도록 방치하고 어떤 곳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정책의 혼선을 빚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미국 정책 당국의 판단이 옳았다고 확인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책 당국도 시장의 반응에 덩달아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장을 관망하고 분석해야 한다"며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조급한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 의원은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일반 투자자들의 권리도 지킬 수 있는 균형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보호와 규제의 모순된 구조에서 덩치만 키워 온 국내 금융기관들도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한 단계 성숙해 질 것"이라며 "어떤 기업을 벤치마킹할 것인가는 각 금융기관이 결정해야 할 과제이며 정부는 금융기관이 비뚤어진 방향으로 덩치만 키우지 않는지 감독하면서 글로벌 금융기관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정부는 국내 일반 투자자의 권리를 지키는 보호자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며 "정책 입안자나 감독기관, 중앙은행의 역할이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지켜보면서 세계 경제가 긴밀하게 엮여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세계 경제의 구경꾼이 아닌 책임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 종사자 뿐 아니라 각계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1950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으며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감사 등을 역임한 국회 내 대표적인 경제·금융 전문가다. 현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으로 활동 중이며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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