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IB 전환은 과욕,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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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9-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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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산은 비전조정 대안 제시할 것

   
 
 
여당 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 제대로 된 청사진 없이 금융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와 금융권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최근 리먼브라더스 인수 실패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투자은행(IB) 전환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종구 의원은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영화는 국내 금융공기업의 선진화를 위한 한 방법일 뿐"이라며 "이제까지 청사진도 제대로 만들지 않고 민영화를 추진했다면 로드맵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가 임기 내에 금융공기업 민영화를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빠른 것보다는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영화를 통해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는 산업은행의 비전에 대해서는 "황홀한 낙관론으로 부풀려진 산업은행의 민영화 계획은 당장 중단돼야 하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금융시장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각종 파생상품의 구조를 보면 리스크 관리의 전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며 "위험요인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전문 분야 외의 영역으로 진출하려는 것은 과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덩치만 키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며 "(내가) 앞장서 산업은행의 비전 조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세계 금융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발생한 위기에 대해 섣부르게 비관론이나 낙관론을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만 중요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에 대해 시장이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어떤 곳은 파산하도록 방치하고 어떤 곳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정책의 혼선을 빚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미국 정책 당국의 판단이 옳았다고 확인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책 당국도 시장의 반응에 덩달아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장을 관망하고 분석해야 한다"며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조급한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 의원은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일반 투자자들의 권리도 지킬 수 있는 균형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보호와 규제의 모순된 구조에서 덩치만 키워 온 국내 금융기관들도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한 단계 성숙해 질 것"이라며 "어떤 기업을 벤치마킹할 것인가는 각 금융기관이 결정해야 할 과제이며 정부는 금융기관이 비뚤어진 방향으로 덩치만 키우지 않는지 감독하면서 글로벌 금융기관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정부는 국내 일반 투자자의 권리를 지키는 보호자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며 "정책 입안자나 감독기관, 중앙은행의 역할이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지켜보면서 세계 경제가 긴밀하게 엮여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세계 경제의 구경꾼이 아닌 책임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 종사자 뿐 아니라 각계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1950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으며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감사 등을 역임한 국회 내 대표적인 경제·금융 전문가다. 현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으로 활동 중이며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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