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사태가 실타래처럼 얽혀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 역시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위기가 신용폭풍 수준을 넘어 '금융 쓰나미'로 발달하면서 유럽 각국과 아시아 주요국에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서는 영국 최대 모기지업체 핼리팩스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HBOS)를 비롯해 금융업종은 물론 부동산, 상품산업 등 거의 전업종이 증시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 미국발 신용위기 여파로 HBOS 등 유럽 금융기관은 물론 아시아 경제 역시 수렁에 빠져있다. |
신용위기가 증시는 물론 외환시장까지 여파를 미치면서 유로화 가치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 간 콜금리가 치솟는 등 신용위기는 대륙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에서도 '제2의 리먼브라더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앱솔루트 스트레티지 리서치의 이언 하넷의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구제금융 결정에도 불안감을 나타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허넷은 "미국 정부의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불안심리를 잠재우기는 했지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투자은행들과 보험사가 붕괴되면서 중소 금융기관 역시 위기에 노출되고 있고 부동산시장은 물론 실물경제 역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를 비롯해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공매도 제한이라는 강수를 두고 있지만 여전히 사태 해결 여부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아시아 역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기는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6년만에 대출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등 신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지난 주중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선 밑으로 하락하는 등 신용위기 여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의 고도성장기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성장이 정점에 달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중국의 경제 역시 8% 내외의 성장으로 조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이미 마이너스 성장 국면으로 진입했다. 지난 2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 하락했다. 이는 7년래 최대 감소폭이다.
중국과 함께 친디아를 구성하며 세계경제의 엔진으로 거듭난 인도 역시 위기에 빠졌다. 인도의 회계 2008년 경제 성장률은 4년래 최저 수준인 7.9%로 떨어진 것이다.
최근 경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혼란기에 빠져 있는 태국에게 미국발 신용위기 악화는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푸켓을 비롯해 주요 관광지의 국제공항이 시위대에 의해 점거당하면서 글로벌 경제둔화로 인해 관광 수익이 줄고 있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신용위기가 유럽과 아시아에 미칠 영향이 한동안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의 수자이 셰틱 인도법인 재정 전략가는 "신용위기로 산업 전반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기업 투자가 저하될 경우 경기둔화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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