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세계 최대 호화 유람선 '미국호'가 금융위기라는 풍랑으로 침몰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5대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가 JP모건체이스에 넘어간 것에 이어 158년 역사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보호 신청에 들어갔고, 메릴린치 역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피인수됨으로써 3, 4, 5위가 모두 정리됐다.
▲美 부동산 시장 침체… 모기지 부실 심화가 원인=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안이라는 극약처방전을 내놓기까지 미국 자본주의 역사를 뿌리채 흔든 금융위기의 시발점은 단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1996년부터 10년간 85~90%까지 치솟으며 호황기를 누리던 미국의 주택가격은 2006년부터 하강세로 돌아섰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가계 대출은 연간 11% 늘어난데다 금융기관의 차입도 10%씩 꾸준히 증가했다. 주택가격의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과도한 대출을 감행한 가계들이 금융기관에 빚을 갚는 것이 어렵게 되면서 모기지 부실이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한 각종 증권의 가치는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는 곧 금융기관들의 자산가치 하락과 부실로 이어졌다.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사실상 국유한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 158년 역사를 뒤로하고 파산한 리먼브라더스 건물 전경. |
▲투자은행, 합종연횡으로 살길 모색=미국 월가에서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의 매각된 중에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살아남아 업계의 판도가 재편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사상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는 금융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월가의 투자은행뿐 아니라 은행, 저축대부업체 등의 금융기관들은 합종연횡을 통한 생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메릴린치는 BOA로 넘어갔으며 지난 3월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JP모건체이스는 미국내 4위인 와코비아 은행과 공식 합병 협상을 개시했다. 금융계가 합종연횡을 통한 몸집불리기에 나서면서 금융산업의 재편은 가속화되고 있다.
▲美 정부, 적극적인 개입으로 시장정상화=세계는 미국 최대 IB들의 도미노 파산이라는 악재 속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1분 1초 숨가쁘면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미국 정부와 월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혼란스러워진 금융시장의 안정 도모를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면에 나서 베어스턴스를 JP모건체이스 은행과 강제적으로 합병시킨 것도 이에 속한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금융위기 사태를 해결하는 방책으로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유럽경제도 '빨간불'=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은 곧 유럽 경제에 파국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보호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 독일, 러시아의 증시는 전반적인 하락을 주도하면서 유럽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루지야 사태로 인해 투자자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던 러시아의 MICEX와 RTS 등 두 곳의 증권거래소 역시 리먼브러더스 붕괴 사태로 17~18일 이틀 간 주가가 급락함에 따라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영국 최대 모기지 업체 핼리팩스 뱅크오브스코틀랜드(HBOS)를 비롯한 은행, 보험 등 같은 개별종목들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가지수의 폭락을 야기하는 등 유럽경제에 미친 여파로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진:24일 미국회의사당의 하원금융위원회 구제금융청문회에 증언하고있는 벤 버냉키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과 헨리 폴슨재무장관. |
▲ 세계 금융시장속 미국 정부기구 역할 강화=미국의 금융위기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번 금융위기가 미국의 월스트리트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금융시스템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과 공조체제를 모색하면서 협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고 나면 유사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고강도의 금융산업 규제ㆍ감독 시스템이 강화될 전망이다.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국 재무부와 FRB, 그리고 금융감독기구의 역할과 위상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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