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사실상 가려지는 본입찰(13일)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 등 4개 업체가 참여, 지난달 9일 마감된 예비입찰을 시작으로한 본격레이스가 결승선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트로피’격인 대우조선의 시선은 싸늘하다. 당연하다. 다른 곳으로 팔려가는 마당에 분위기가 좋을리 만무하다. 게다가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몸값’이 최근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대우조선 입장에서는 씁쓸한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대우조선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매각과정에 있어 특별한 돌출변수도 없거니와 새 주인을 맞이해야 하는 현실적 기류에 몸을 맡겼기 때문이다.
<이상 전문>
지난달 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우조선 인수전.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 등 4개 인수희망 업체들의 치열한 물밑 힘싸움도 오는 13일 본 입찰을 앞두고 최종 정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정작 인수전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대우조선은 그 과정에서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다만 대우조선노조만이 전체의 대표성을 띈 목소리로 현대중공업을 겨냥한 산발적 ‘반항’(실사거부투쟁)을 반복했을 뿐이다. “동종업계로의 매각은 안된다”는 것이 요지다.
◆ 대우조선 주가하락세, 어디까지...
하지만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4개 업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으며 아직까지 현대중공업은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우조선의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자사 주가가 급락, ‘몸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도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다.
6일 오전 한때 대우조선 주가는 전날보다 무려 7.84% 급락한 2만41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6만5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던 주가하락세가 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 예비입찰이 마감된 지난달 9일에는 주당 3만2500원으로, 지난 2일에는 이보다 더 하락한 2만8150원으로 장을 마감하기도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여파 등 악재가 작용됐다고는 하나 하락폭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후판가격 상승에 따른 대우조선의 3분기 실적 악화 가능성마저 내놓기도 했다.
김용수 SK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8% 증가해 조선업체중 가장 높은 외형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나 영업이익률은 후판가격 상승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5.7%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은 높은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내년 초까지 영업이익률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면서 “영업이익률은 오는 2009년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선박금융 조달에서 일부 차질이 발생하고 후판가격 상승에 따른 선가상승 압력으로 인해 세계 발주량은 당분간 관망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조선업황 및 실적 악화 가능성, 인수합병(M&A) 불확실성 등 부정적인 재료가 주가하락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실적 모멘텀은 단기적으로 약화됐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실적호전 추세로의 복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별다른 분위기나 동요 없이 ‘잠잠’
이러한 ‘가시밭길’ 상황에 대해 대우조선 측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이 오히려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는 매각과 관련해 별다른 분위기나 동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면서 “(매각진행상황이) 좋다, 나쁘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
그는 대우조선 주가하락과 관련 “주가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어떻게 평가할 부분은 아니지만 세계 경기하락과 조선시황이 겹쳐 있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대우조선 주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큼 (대우조선 주식이) 고평가될지 저평가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우조선 매각주체인 산업은행이 최근 헐값매각은 없다면서 유찰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팔려가는 입장에서 보면 대우조선의 적정가격은 있겠지만 비싸게 팔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면서 “어차피 대우조선인수기업도 외부에서 돈을 꿔다가 인수를 하는 것 아니냐. 나중에 그 돈을 갚을 때 (대우조선이) 힘들어 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관련해 산업은행은 최근 자체적으로 마련한 가격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유찰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우조선 주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인수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그 배경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통상적인 인수합병(M&A)과정에서 매도자가 원하는 이른바 ‘몸값’에 인수희망 기업들의 ‘베팅금액’이 미치지 못할 경우 유찰시키는 것과 동일 선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등 외생변수가 발생되더라도 대우조선의 적정금액을 받겠다는 산업은행의 의지인 셈이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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