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리포트] 위기의 중동, 경제살리기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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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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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따른 예금 보증 등 금융구제책 발표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위기 직면" 오일머니 호황누리던 중동도 금융위기에 '움찔'

'오일머니‘로 풍요롭기만 했던 중동도 내년부터 부동산 공급 과잉이 현실화돼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 경색이 중동의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선두로 유럽 등 주요국이 일제히 고강도 구제금융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역시 사태 해결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주목된다.

◆ 중동 각국 금융구제안 발표=신용위기에 대한 대처로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예금지급을 보장하는 등 구제금융 대책에 나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은행예금을 비롯한 모든 국내 은행 예금을 보증키로 했했다.

   
 
두바이 개발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는 팜 아일랜드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또 2대은행인 에미리트NBD와 내셔널뱅크오브아부다비를 포함한 24개 국내 은행의 예금과 은행간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와 함께 중앙은행 역시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중앙은행은 지난달 말 시중은행들에 136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동 최대 경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필요에 따라 400억달러를 대출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 놓았다. 중앙은행인 사우디 금융청(SAMA․Saudi Arabian Monetary Agency)의 모하메드 알-자세르 부총재는 위와 같이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어떤 은행도 이 창구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금리인하로 경기 살린다=각국의 기준금리 인하도 잇따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쿠웨이트도 지난 8일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했다.

중동 정부 관계자들은 자국 은행이 적절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은행들에 비해 비교적 위험성이 적지만 현재와 같은 최악의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지 관리들도 중동 지역이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래 최대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유가 급락으로 걸프 지역의 산유국들이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지에 대한 의심도 늘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emirate)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미국발 신용위기 사태로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 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석유 자원이 부족해 부동산 개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두바이는 금융 회사들이 대출 고삐를 조여와 그동안 부동산 개발 붐에 기여했던 풍부한 유동성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가 입수한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두바이의 외채는 5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2006년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것으로 외채 규모가 향후 최소 5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막대한 해외 자산을 차입했던 두바이는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CDS) 이 최근 몇 주간 급등세를 나타낸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두바이 부동산 시장의 대규모 조정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년부터는 가격 하락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동 지역 투자은행인 EFG-헤르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1년까지 두바이의 집값이 최대 2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에 한꺼번에 공급되는 약 7만채의 집값은 정점에 이르렀다가 하반기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어 2011년께 15~20%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역시 지난달 초 두바이의 부동산 값 하락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모건스탠리는 두바이의 부동산 값이 2008~10년 1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중동지역 부동산 시장의 주요 투자 리스크로 투자자들의 신뢰 저하, 공급 과잉, 투기 성향이 강한 시장에서의 가격 급등 후 하락 압력 등을 꼽았다.

투자 자문사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두바이의 부동산 가격은 작년 4분기에 비해 42%나 급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8% 상승한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중동의 부동산 경기를 주도했던 두바이 시장의 하락은 이웃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도 다소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중동의 12개 주요 부동산 개발 회사의 주가도 2010년까지 현재보다 35%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무디스 "두바이는 충격에 약해"=무디스는 보고서에서 “두바이는 부동산 시장 붕괴 또는 지정학적 사건과 같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외채를 감당할 재정적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두바이 부동산 주식은 증시하락을 주도했다. 중동지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두바이의 에마르는 지난 8월 이후 주가가 30% 가까이 빠졌다.

   
 
사진: 신용위기 사태로 중동 증시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두바이 증권거래소는 12일 기존 15%였던 하루 변동폭을 1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은 유동성 위축과 자금 조달비용 상승이 부동산 개발 업체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구매자들의 관심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지 금융사인 알 말 캐피털의 로버트 매키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 금융사들이 돈을 끌어 모으기 어려울 테고, 이는 부동산 투자나 모기지 대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클러튼스 UAE의 매튜 그린 리서치센터장은 “두바이가 더 많은 일자리를 공급해 인구가 계속 늘어난다면 부동산 가격이 다소 조정을 받더라도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런던과 뉴욕의 금융가에서 해고 바람이 불면서 경기 전망이 나아 보이는 두바이나 아부다비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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