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증시가 13일(현지시간) 각국 정부의 금융위기 해소대책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폭등을 하면서 지난주 '최악의 일주일'을 보낸 뒤 '최고의 하루'를 맞이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역대 최대 폭으로 올랐고 유럽 주요 증시도 전례없는 폭등세를 연출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의 공포 속에 폭락세를 이어왔던 세계 증시가 바닥을 치고 지옥에서 본격 탈출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약세장 속에서 반짝 반등(베어마켓 랠리)을 하는 것인지 해석이 분분해지고 있다.
◇ 최악의 일주에서 최고의 하루로 = 이날 936.42포인트(11.08%) 상승한 9,387.61로 마감한 미 다우지수의 상승폭은 역대 최대다. 전에는 600포인트 넘게 오른 적도 없었다.
104.13포인트(11.58%) 오른 S&P 500 지수의 상승폭 역시 사상 최대다.
다우지수와 S&P 500지수의 상승률은 각각 1932년과 1933년 이후 최대로 70여년만에 최고의 하루를 뉴욕증시는 이날 경험했다.
다우지수와 S&P500, 나스닥종합지수 등 주요 증시 3대 지수가 모든 오른 것은 9거래일 만이다. 또 지난주까지 4주 연속 월요일에 폭락했던 것에서도 5주만에 '화끈하게' 벗어났다.
뉴욕증시는 이에 따라 사상 최악의 하락률을 보였던 지난주의 낙폭을 절반 가까이 단숨에 회복했다.
지난 10일까지 8일째 하락세를 이어갔던 다우지수는 지난주에 18.2% 떨어져 역대 최대의 하락률을 보였었고 S&P500 지수도 지난주에 18.2% 떨어지며 1929년과 1933년에 이어 3번째로 큰 하락률을 보였었다.
유럽 증시도 최악의 일주일을 이날 최고의 하루로 바꿨다.
범유럽 다우존스 스톡스 600지수는 지난주에 22%나 빠지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지만 이날은 사상 최대인 10% 폭등했다.
지난주에 20% 이상 급락했던 영국 런던의 FTSE100, 프랑스 파리의 CAC40,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 등 유럽의 3대 주가지수는 이날 8-11%대의 폭등세를 나타냈다.
◇ 바닥 탈출 vs. 반짝 반등 논란 = 이날 증시의 폭등세는 미 정부가 금융기관 부실 해소를 위해 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유럽 각국이 수천억 유로를 투입하는 금융안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금융시장의 신뢰가 다소 회복되고 세계 경제의 악화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너무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인식 속에 각국 정부의 대책이 증시에서 구세주처럼 받아들여진 셈이다.
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전문가들은 그동안 낙폭이 컸다는 점과 금융권의 부실이 시장에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는 점,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템플턴자산운용의 신흥시장 투자 전문가인 마크 모비우스 펀드매니저는 이날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차례의 추가 하락이 발생하겠지만 우리는 바닥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물 경제에는 분명히 상당한 위축이 발생할 것이지만 주식시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현 수준보다 아주 많이 하락할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모비우스는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이 아직 매우 저렴한 상황이라면서 "시장은 많은 사람이 깨닫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트남인베스트먼트의 케빈 디브니 최고투자책임자는 불룸버그 통신에 "한세대 만에 올 수 있는 매수 기회일 수 있다"며 "주식 가치가 2003년 강세장이 시작될 대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금융시장이 언제 안정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바닥을 말하는 것이 시기상조이며 반등을 위한 기반이 다져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이날 하루로 증시 전망을 판단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로 인한 소비위축 등 실물경제 타격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 실적도 악화될 수밖에 없는 점이 큰 부담이다.
CAZ 인베스트먼츠의 크리스토퍼 주크도 이날 "약세장 속의 일시 반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바닥에 가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P모건에셋매니지먼트의 팀 해리스는 "앞으로 12개월은 투자자들에게 기복이 심한 장세가 이어지고 향후 2년간은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며 신중한 투자전략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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