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등 그룹 4사, 위기경영으로 '세계불황'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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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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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등 국내 그룹들이 세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는등 위기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고유가 사태로 수입 원자재값이 상승, 경영실적 악화에 내몰린 지 불과 한 달도 채 안된 상황에서 다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상승 및 주가 급락으로 수 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는등 시장여건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그룹들은 장기 비전을 제시하면서 정면 돌파하거나 차세대 성장동력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또 경기침체에 따른 상황별 시나리오로 대응하거나, 근본적인 사업경쟁력 확보방안인 고객가치 경영을 펼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 M&A ∙차세대 먹거리 개발이 최우선

삼성은 ‘제2의 창조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반도체, LCD, 휴대폰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부문을 집중 육성시키는 한편, 비메모리, 태양광, 바이오 부문과 같은 차세대 먹거리 분야 개척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등 ‘투 트랙 신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선 삼성의 변화는 주력 계열사인 전자계열사가 그동안 나서지 않았던 인수합병(M&A) 시장에 진출하는 등 다변화되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다.

삼성이 최근 모든 계열사에 내년도 핵심 경영전략을 인수합병(M&A)으로 정하고 시장조사와 자금 계획 수립을 지시한 것도 이 일환이다.

현재 전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삼성은 M&A에 좋은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총 261조원(2006년 말 기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50조원에 이르고 필요할 경우 외부 차입도 병행할 수 있어 기업인수합병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비메모리 업체인 트랜스칩을 인수했고, 현재 메모리카드 1위 업체인 미국의 샌디스크 인수도 추진중이다. 삼성물산도 올 1월 일본 철강업체인 묘도메탈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태양광 에너지와 바이오 산업 등 ‘전혀 새로운 영역’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 SDI, 에버랜드 등 그룹의 모든 계열사들이 20MW급 태양관 발전소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을 봐도 삼성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기아차, 중소형차 위주로 신흥시장 공략

현대기아차그룹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기 침체가 전세계 자동차시장의 수요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표적인 수출기업이어서 지난주 15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손실은 발생하지 않아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기면서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경기침체 변수들을 예의 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시장은 21.8% 증가했지만, 현대차는 반대로 판매실적이  20% 줄었다. 시장점유율도 2006년 7%대 수준에서 4.6%로 떨어졌다.

반면 일본 도요타는 2002년 0.1%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에 10.5%로 끌어 올렸다. 도요타, 혼다 등을 합친 일본차 전체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약 30%로 독일차(20.8%)마저 훨씬 앞서기까지 했다.

이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국제금융 불안 등 경영환경 악화속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때”라며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국가 및 지역별 전략형 모델 개발’을 주문했다.

각지의 특수성에 맞는 전략모델을 개발, 판매실적을 높이는 방법만이 최근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길이라고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현대기아차그룹은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아 자동차시장마저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 이머징 마켓(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중소형차 부문을 강화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정몽구 회장은 13일 해외생산 및 판매법인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해외법인 판매전략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시장 판매가 급감하고 있어 러시아, 중동, 동유럽 등 신흥시장과 글로벌 메이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유한 중소형차 판매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제조업 분야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다변화시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해 금융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차 고객 대상으로 특화된 금융 영업서비스를 펼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따라 자동차 금융회사인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과 지난 2월 인수한 HMC투자증권을 연계하는 특화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여기에 국내외 금융회사를 추가로 인수합병(M&A)해 규모나 시장지배력 측면에서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할 청사진도 그룹 내부에서는 그리고 있다. 

▲SK, 시나리오 플래닝 박차

SK는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에 따른 상황별 대응책인 ‘시나리오 플래닝’에 초점을 맞추고 각종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14일 SK그룹 관계자는 “시나리오 플래닝은 글로벌 불경기를 상황별로 분석해 개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경영기법”이라며 “올초부터 시행해왔지만 최근들어 좀더 상세한 분석과 대응책으로 전사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실물경제는 물론 경영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며 “계열사별로 시나리오 플래닝 체제에 돌입하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기업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조건”이라며 “세상의 변화속도보다 느리면 도태된다”고 강조했다. 

또 “불확실 변수가 많을수록 시나리오 경영은 중요하다”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황별로 주도면밀한 대응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SK그룹은 물론 각 계열사와 사업부, 실행부서 모두 각각의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를 짜서 전직원이 공유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근 거시환경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최적의 방향으로 유도하고 최악의 상황은 분석을 통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상하고 그림이나 그래프도 동원할 계획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올초부터 시행해왔지만 최근 불경기에 따라 지난주 월요일부터 디테일한 시나리오를 짜면서 최근까지 추진해왔다.

이달말 열릴 CEO세미나에서는 대내외 경영환경의 총체적 점검으로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환율 급등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곳은 SK에너지 정도로 2분기에 환차손으로 2000~3000억원의 손실을 봤다”며 “거시경제가 후퇴하면 내수도 덩달아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그만큼 통신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LG, ‘고객가치 경영’으로 위기극복

구본무 LG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임직원들에게 강도 높은 ‘위기관리경영’을 당부했다.

구 회장은 “최근 금융시장 혼란에서 비롯된 전세계 경기침체로 (우리의) 하반기 사업이 상반기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더욱이 글로벌시장의 소비 둔화가 단기간 내에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다만 “상황이 어려울수록 실력을 갖춘 기업은 빛을 발하게 된다”며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고객가치의 실현’을 통해 지금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고 해법도 제시했다.

‘고객가치경영’은 어떤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근본적인 사업경쟁력 확보방안일 뿐 아니라,  한발 앞선 철저한 미래준비를 말하는 것으로 구 회장의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신념이 녹아있다.

그는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시 환율, 금리 변화에 따른 리스크에 보다 철저히 대비하고, 시장성장 정체를 타개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 수립에 만전을 기해 줄 것도 지시했다.

이에앞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11일 정부가 주최한 그린에너지 발전전략보고회에 참석해 그룹이 장기적으로 나갈 신성장 동력은 LED와 태양전지 등 ‘친환경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그룹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 LG솔라에너지를 통해 지난 6월말 충남 태안군에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순간 발전용량 14㎿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상업발전을 개시했다.

또 LG이노텍을 통해 2012년까지 총 9000억원을 투자, 차세대 조명으로 불리는 LED 사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박재붕, 박용준, 김준성, 최소영 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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