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산업계> 중소기업 악전고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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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1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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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플라스틱 사출성형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납품대금으로 받은 3천만원짜리 어음을 나흘째 융통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매일같이 수차례 은행에 전화하고 직접 찾아가 호소도 해보지만 할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을 뿐이다.

   A씨는 "신보에서 보증보험까지 받았는데 은행에서 할인해주지 못해 주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현금을 못 구해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A씨 기업은 자동차 제조사의 3차 협력업체로, 매출규모가 20억 원 정도인 소규모 기업이다.

   원청업체가 최근 들어 납품대금을 모두 어음으로 주고 있어 현금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어졌다. 은행이 할인해 주지 않는 이상 어음은 말 그대로 '종잇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A씨는 이 때문에 최근 2개월 동안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했고 전기료와 직원들 보험료도 3개월째 연체하고 있다.

   A씨는 "주변에서 일 주일에 한두 개 업체가 문을 닫아 '밤새 안녕하십니까'가 인사가 될 정도"라며 "이제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도 할 말이 없다"며 최근 힘든 사정을 전했다.

   엔진발전기를 만드는 기업을 운영하는 B씨도 '비 올 때 우산 뺏는' 은행의 행태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원자재를 수입해 물건을 만드는데, 1년 전 계약 당시 환율이 940원 가량이었는데 최근 1천300원 이상으로 치솟아 환율 상승분만큼 원자재 비용부담이 늘어난 것.

   B씨의 기업은 15년 연속 매출신장을 보이며 현재 매출액 300억 원대의 남부럽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최근 들어 B씨의 대출요청을 번번이 거절했다.

   그나마 얼마 전 기업은행이 외화대출을 해줘 한시름 놓았지만 매달 5억 원 가량 발생하는 환손실을 어떻게 막을지 걱정은 여전하다.

   B씨는 "경기가 좋을 때는 알지도 못하는 은행 직원이 찾아와 '신용으로 300만~400만 달러 대출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서는 정작 기업이 힘들 때는 '나 몰라라 '하니 은행들이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소기업인 입장에서는 환율불안 등으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보다 더 힘들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기업들의 어려움은 한층 더하다.

   환율급등으로 인한 키코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태산엘시디와 금강밸브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고 IDH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나머지 업체들도 최근 정부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방안인 '패스트 트랙'에 따라 은행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신통치가 않다.

   게다가 은행들은 대출을 조건으로 적금 등 꺾기를 요구하거나, 일부 소송이나 민원을 제기한 중소기업에 소송 포기 압력을 넣기도 한다.

   한국은행은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자금을 저리로 조달할 수 있도록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5천억 원 증액했고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 대출의 보증비율을 평균 95%까지 올리겠다고 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은행들이 중기 대출에 '미적거리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중기대출 증가액은 2조6천억 원으로 전달 1조9천억 원에서 7천억 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기대출 증가액이 지난 4월에는 7조4천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느낄만한 수준의 증가다.

   반면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지난 6월 1조4천원 억에 불과했으나 8월 2조1천억 원, 9월 3조2천억 원 등으로 늘어나 지난달에는 급기야 5조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1년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최대 증가 폭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소한섭 정책총괄팀장은 "전반적인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자금 수요는 더 늘어나는 반면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지원은 줄고 있어 중소기업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특히 은행권에서 중소기업의 생존과 활력 회복이 은행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동반자적인 시각으로 중소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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