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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RAB 의장에 폴 볼커 전 FRB 의장이 내정되었다. |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던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에 의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임명된 볼커는 혹독한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를 잡아 이후 미국 경제가 장기 호황을 구가하는데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았으며,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인 헨리 카우프먼은 "20세기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장"이라고 극찬했다.
이번 오바마 경제팀 인선을 앞두고 재무장관 내정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올해 81세의 고령이라는 점과, 미국 경제가 인플레와의 전쟁이 아닌 경기부양에 전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일선 각료가 아닌 후선의 자문 역할을 맡은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볼커의 ERAB 의장 내정을 발표하면서 "(공격할때) 사정을 봐주지 않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FRB 의장 재임시절 인플레를 잡기 위해 연 20%가 넘는 살인적인 고금리 정책을 강행했다.
이에 노조와 산업계의 반발은 물론 정부로부터 엄청난 견제를 받았지만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고금리 통화정책을 고수해 인플레를 진정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은 물론 FRB 직원들의 급여와 각종 경비를 삭감하는 등 내핍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는 최적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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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RAB의 사무국장에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경영대학원 교수가 내정되었다. |
81세의 고령인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BR) 의장이 ERAB 의장에 내정되면서 이 조직의 실무총괄 책임자로 `젊은 피' 굴스비 교수를 수혈한 것은 역할분담의 성격이 강하다.
사실상 얼굴 마담격인 볼커는 경륜을 토대로 자문역에 치중하고, 굴스비는 실질적인 정책 아이디어 기획을 맡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굴스비는 당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에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으나 순수한 자문역할로 제한된 CEA 대신 정책의 입안과 관여가 가능한 ERAB에서 실무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게 더 낫다고 본 듯하다.
굴스비는 2004년 오바마가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부터 그의 경제 참모로 활동했으며 이번 대선 때는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가 감세, 재정지출에 관한 이슈로 오바마 후보를 맹공하자 이를 방어하는 논리를 제공하는 한편 직접 TV에 출연해 역공을 가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바마의 시장개입 지향적인 경제정책 노선의 기본 골격이 모두 그의 두뇌에서 나왔으며 오바마노믹스의 설계자가 바로 굴스비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볼커 전 의장이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의장으로 내정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와 역할이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고집이 센 성격이 독선적인 성향의 서머스 전 장관과 정책을 놓고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것이다.
굴스비는 올해 초 시카고 주재 캐나다 영사관 관계자를 만나 "오바마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하는 것은 정책적인 것이 아니라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잠시 설화에 휘말리기도 하는 등 일각에선 이들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나현 기자 gusskrl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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