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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불가능기업 '존엄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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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2-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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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 사회적 논란이 일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부지법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75.여)씨 가족이 "어머니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존엄사(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한 첫 판결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소생 가능성이 없는 치료 행위는 무의미하다"며 "김씨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주문했다. 법원은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한 헌법 10조를 판결 근거로 들었다. '행복하게 살 권리'만큼 '품위있게 죽을 권리'도 함께 인정하는 것이 헌법을 따르는 길이란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현실과 법의 괴리를 채웠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안락사를 살인으로 보는 법 해석 때문에 김씨와 비슷한 처지의 수많은 환자들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는 연명 치료를 받아가며 고통을 견뎌야했다.

이번 판결은 김씨와 같은 수많은 회생 불가능한 연명치료 환자들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김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기업들에게도 이 잣대를 적용하는 게 어떨까.

마침 정부가 과거 외환위기 때 기업들의 생사를 판정했던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과거의 '낫과 망치'를 꺼내든 배경은 실물경기가 올해 연말과 내년 초에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에 있다. 지금부터 3~4개월이 가장 큰 고비란 판단이다.

실제로 여러 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월별 고용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마이너스 행진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의 한파는 이제 시작이다. 실물경기 하강과 고용불안이 겹치면서 2차 충격을 각오해야 할 판이다. 

건설사를 비롯한 부실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은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이러다 회생가능 한 기업까지 부실해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불러올까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 종금사 등 2금융권에선 건설사들이 대주단에 가입하기 전에 채권을 회수하려는 움직임마저 포착된다. 건설사들이 대주단에 가입하게 되면 1년간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기 때문 서둘러 회수하려는 심사다.

정부는 이왕 '낫과 망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과거의 도구(낫과 망치)와 함께, 과거 외환위기 극복의 경험까지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당시와 지금을 직접 비교하거나, 같은 상황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 때도, 지금도 금융권 부실을 막아야 하는 상황은 비슷하다.

시중에선 올 겨울이 가장 춥고 길 것이란 흉흉한 말들이 떠돌고 있다. 이미 외환위를 겪어 본 우리 국민들의 ‘학습효과’가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러다보니 사이버 경제토론방에선 ‘미네르바’같은 근거 없는 비관론자들이 활보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이런 난세엔 더 그렇다. 정부는 경제주체들이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그 시작이길 바란다. ‘낫과 망치’가 과거의 도구로 비판받지 않기 위해선 과거의 방식이 아닌 합리적인 구조조정 잣대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 시장의 주체들이 수긍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물론 가장 멀리해야 할 것은 정치적 잣대가 개입하는 일이다.

윤경용 기자 consra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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