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전셋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경기침체와 비수기 여파로 이사 수요는 급감했지만 입주물량이 넘쳐나 가격이 내리는 데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30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 서울, 신도시, 경기ㆍ인천지역 전셋값은 각각 1.28%, 1.06%, 0.89% 하락했다. 이는 월별 낙폭으로는 올 들어 최대치다. 특히 서울지역 전세값은 지난주(11월 22~28일) 0.30% 급락하며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서도 송파구(0.98%)와 강남구(0.58%), 강동구(-0.46%), 서초구(-0.33%) 등지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처럼 전세시장의 약세가 지속되는 것은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불경기임을 입증하듯 학원가가 밀집한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등지에서 누리던 방학특수도 사라졌다. 반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거래가 안되던 매매물건을 전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부쩍 늘어 전세시장의 한파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11월 들어 전셋값이 평균 2000만~3000만원 하락했지만 세입자 구하기는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9~10월 2억7000만원이던 112㎡는 최근 5000만원 가량 가격을 낮춘 '급전세'도 등장했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래미안 79㎡와 도곡동 도곡렉슬 86㎡도 각각 1000만원 내렸고 송파구 잠실의 리센츠ㆍ엘스 단지도 1500만~2500만원이나 가격을 낮췄는데도 소화되지 않고 있다.
판교 입주가 임박해지면서 신도시 전세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판교와 인접한 분당지역의 집값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고 최근 전셋값마저 급락하자 판교 입주 예정자들은 잔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2만가구가 쏟아지는 판교신도시 분양 물량의 30%가 분당 등 성남시 주민에게 우선 배정된 터라 입주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 하락폭이 큰 중대형을 중심으로 '급전세'가 속출하자 전세값을 낮춰 차액을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재계약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윤 부동산114 과장은 "경기 침체 속에 전세수요는 줄고 있는데 반해 입주물량 한파가 여전하다"며 "서민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중개수수료와 이사 비용이라도 줄이려고 재계약하는 사례도 늘어 전세시장의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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