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고강도 구조조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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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2-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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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일 한국농촌공사의 구조조정안을 '모델'로 내세우며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공공기관에 고강도 개혁 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8~10월 3차례에 걸쳐 통폐합, 기능조정, 민영화, 경영효율화 등 4개 범주에 걸쳐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기관별로 경영 효율화 작업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서 주목된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공기업 선진화 및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공개적으로 모범사례를 거론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 "농촌공사는 좋은 모델"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국농촌공사의 구조조정 사례를 "고통분담의 전형"이라며 "공기업 구조조정의 좋은 모델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하고 정부 방침을 적극 이행한 농촌공사 사장을 치켜세웠다.

   농촌공사의 사례를 경영효율화를 위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면서 구조조정을 주저하는 공공부문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농촌공사의 경영 선진화 방안은 조직.인력.사업.경영 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있지만 핵심은 인력 구조조정에 있다.

   업무지원직을 줄이고 근무 태도가 안일하고 무능력한 '조직발전 저해자'를 퇴출시켜 정원을 15%(844명)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연말까지 명예.희망 퇴직을 통해 10%를 줄이고 2009년 이후 5%를 상시 퇴출제도로 감원한다는 것이다.

   남은 직원들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전 직원이 자진 반납한 올해 임금인상분 40억여원과 2급이상 간부직의 급여 10%를 더해 51억원 규모기금을 마련, 퇴출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키로 했다.

   ◇ 에너지공기업도 구조조정 급물살
공기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부문에서도 경영 효율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은 일단 감원보다는 조직의 슬림화, 조직 단계의 단순화, 인력 재배치 등에 방점을 찍고 내부 경쟁도 유도하는 모습이다.

   한국전력의 경우 소매 부문인 배전과 판매를 담당하는 마케팅본부의 '9사업본부 7지사' 체제를 사내 회사 형태의 10~14개 독립사업부로 개편하고 도매 부문인 송전도 독립사업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곳도 눈에 띈다.

   한국가스공사도 6본부를 4본부 체제로 줄이는 안을 검토 중이다. 대형화를 추진 중인 한국석유공사는 해외 유전개발에 주력하는 쪽으로 외형과 체질을 바꿨다. 석유개발본부를 신규탐사본부와 개발생산본부로 나눠 2본부 체제로 확대한 것이다.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경우 처.실 통폐합을 통한 지원 인력을 줄이고 토목 및 건설 인력의 전환배치를 추진 중이다. 철도공사는 여객과 화물 등 사업별로 회계를 나눠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외부위탁과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 아직 시작단계..노조 반발도
이처럼 경영 효율화에 매진하고 있는 공기업들은 통폐합이나 기능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곳들이다. 그러나 319개 기관 중에 민영화 대상인 38개와 통합 대상 38개, 폐지 5개, 기능조정 20개 등은 방향만 잡고 준비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예컨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경우 통합하기로 했지만 아직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걸려 있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정부가 통합 방향을 밝혔지만 최종 결정은 연말로 미뤄놓은 상태다.

   금융불안과 중소기업의 자금난으로 기보와 신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데다 해당 지역사회와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노조의 반발도 정부의 추진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통폐합 방안과 관련,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는 최근 공청회를 열고 대통령실 또는 총리실 소속 종합연구원 설립, 현 경사연 체제(산하 23개 기관) 폐지 및 부처별 통폐합 등의 대안을 제시했으나 해당 연구기관과 노동조합이 반발하면서 최종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민영화 작업의 경우 금융시장 상황이 날로 악화되면서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산업은행이 여기에 해당한다.

   ◇ 감원 움직임에 부작용..신규채용 '뚝'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이날 "각 부처 장관들은 산하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연말까지 실적 등을 평가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점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구조조정의 속도를 낼 것을 당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기업이 고통분담을 해야 하고, 또 시대에 맞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공기업을 효율적 조직으로 재정비하는 등 우리 나라 경제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공공기관으로부터 효율화 방안을 받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효율성 10% 향상이라는 가이드라인에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경영 효율화는 이 대통령이 이날 공기업의 방만한 인력운용과 비효율을 깨기 위한 인력 구조조정을 높게 평가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감원 등 인력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공공기관에서 신규채용이 거의 사라지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정부의 정원.인건비 동결 방침, 경영 효율화 추진에 따라 공기업들이 젊은 일꾼들을 뽑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기업들이 정부 방침을 신규 채용 중단의 표면적 이유로 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신규 채용을 하면 그 만큼 기존 인력의 감원이나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는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공기업별 사정에 맞게 하라는 것이며 신규 채용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경영효율화 계획을 모아 이달 중하순께 발표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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