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급랭으로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어 내년에는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뿐 아니라 공무원 채용 인원도 급감할 것으로 전망돼 과거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고용쇼크'가 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공무원 채용 급감
3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가공무원 채용은 내년에 3천200명가량으로 올해의 4천868명에 비해 1천600여 명이 줄어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세무직의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올해 세무 관련 공무원을 많이 뽑았으나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따라서 내년에는 국가공무원 채용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년도 국가공무원 실제 수요는 2천200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3천200명을 뽑을 경우 1천 명 정도가 남게 된다"면서 "일선 부처에서 수요를 다시 조정하도록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지방공무원 채용인원도 4천100여 명으로 올해의 9천300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지자체가 직원 채용을 확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미 올해 많은 인력을 채용한 데다 내년부터 6급 이하 공무원에 대한 정년이 연장돼 신규 채용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공기업 취업문도 `바늘구멍'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주요 30개 공공기관들의 취업문도 좁아질 전망이다.
공기업 선진화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상당수 공공기관이 중장기 경영방향을 잡지 못하는 데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공공기관들에 대해 10%의 경영효율화를 주문한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2일 한국농촌공사의 구조조정안을 '모델'로 내세우며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공공기관에 고강도 개혁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돼 신규채용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발표된 농촌공사의 경영 선진화 방안은 조직·인력·사업·경영 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있지만 핵심은 인력 구조조정에 있다.
농촌공사는 업무지원 직을 줄이고 근무 태도가 안일하고 무능력한 '조직발전 저해자'를 퇴출해 정원을 15%(844명)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측은 공공기관 구조조정과 함께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채용인원은 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기업 경영계획도 못세워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는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계획조차 세우지 못해 채용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취업.인사 포털인 `인크루트'가 최근 494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6.7%가 내년 채용시장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대기업(72.9%), 중견기업(77.9%), 중소기업(78%) 등 기업 규모를 가릴 것 없이 내년 전망을 올해보다 더 나쁘게 봤으며 업종별로는 자동차 업종에서의 채용 전망이 가장 암울했다.
이미 현대ㆍ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잇따라 감산에 들어갔고 쌍용차는 회사 경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내년도 신규 채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잡코리아의 황선길 본부장은 "상당수 기업이 내년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채용계획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외환위기 때보다 고용사정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금융권 채용도 반토막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는 금융권 입사도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경영 여건 악화로 내년에는 점포 통폐합과 본점 조직 축소 등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인력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400명을 뽑았던 우리은행은 내년에는 절반 수준인 200명 정도만 채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도 내년 신규 채용이 올해 450여 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3분기 적자를 냈던 하나은행은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어서 내년 신규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주요 은행들도 내년 경영계획을 확정하지 못해 신규 채용 규모를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는 점포 확대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신규 채용이 올해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2년 전 출산을 위해 휴직한 직원들이 내년 대거 복귀하기 때문에 인력 수급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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