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가격 인상으로 지난 3분기 기업들의 매출은 늘었지만 비용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4일 상장ㆍ등록법인 1624개 업체를 분석해 발표한 '3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8.6%로 전분기보다 3.8%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은 29.9%, 비제조업은 26.4%로 전분기보다 각각 3.9%포인트, 3.7%포인트 올랐다.
원유 등 원재료 가격 및 환율 상승이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된데다 3분기까지 수출도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 증가폭이 커졌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5.9%로 전분기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통계가 집계된 2003년 1분기(9.0%) 이후 최저치다.
비제조업은 전분기 4.7%에서 4.8%로 소폭 상승했지만 제조업이 9.2%에서 6.6%로 급락하면서 전체 영업이익률을 끌어내렸다.
환차손, 파생상품 손익 등 영업외 손익까지 감안한 매출액 세전순이익률은 2.8%를 기록해 전분기 보다 3.9%포인트 떨어졌다.
영업외 손실은 8조74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이중 외환손실이 8조3000억원으로 95%를 차지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세전순이익률은 8.7%에서 3.4%로, 3.4%에서 1.9%로 각각 떨어졌다.
환율 급등으로 기업의 외환손실은 3분기에만 8조3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1~3분기까지는 총 14조5000억원에 달했다. 총자산 기준으로 이들 기업이 국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7%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의 3분기 환차손이 총 14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능력을 뜻하는 이자보상비율은 제조업 부문의 경우 2분기 941%에서 3분기 622%로 급락했다.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인 기업, 즉 적자기업의 비중은 전체 제조업 중 30.8%로 전분기(26.3%)보다 늘었다.
기업의 건전성 정도를 측정하는 부채비율도 늘었다. 기업의 부채액이 자기자본액보다 낮은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부채비율은 100% 이하가 이상적이다.
9월말 현재 조사대상 기업의 부채비율은 104.3%로 6월말보다 8.9%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2004년 2분기(102.5%)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6월말 92.7%에서 9월말 102.6%로 높아졌다.
박진욱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환율 상승으로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난데다 차입금도 증가해 부채비율이 100%를 넘었다"며 "그러나미국(2007년 기준, 제조업 126.7%), 일본 (128.2%) 등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수입도 감소했다. 올해 1~9월중 제조업의 영업활동 현금수입은 전년동기대비 50억원 감소한 285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업의경우지난해 1~9월 -407억원에서 올해 1~9월 -676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공사 및 분양미수금, 미분양 주택 등 재고자산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부담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제조업이 올해 1~9월 57.1%로 전년동기대비 30.4%포인트 급락했다.
박 팀장은 "매출이 늘었지만 원가부담이 커지고 영업외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 재무구조, 현금흐름 모두 악화됐다"며 "수출과 생산활동이 꺾이는 추세를 고려할 때 4분기에는 기업경영 여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