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에 갖는 의미는 단순한 명절 이상이다. 미국인들에게 추수감사절이란 1620년 극심한 기아와 병고에 시달리면서 신대륙 아메리카로 건너간 102명의 청교도들을 기리는 역사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추수감사절은 이들 102명의 청교도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이주한 뒤 낯설고 물설은 개척지에서 갖은 풍토병과 개척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해 농사를 수확한 후 얻은 첫 결실을 하나님에게 감사하기 위해 드린 예배로부터 유래됐다.
200여년의 짧은 역사속에서 미국의 대다수 명절이 근현대 사건, 이벤트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수감사절이야말로 미국인들에게 있어 크리스마스와 함께 가장 '명절다운' 명절인 것이다.
추수감사절은 1623년 메사추세츠 주에서 공식 절기로 선포됐으며 1789년에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전국적으로 지키도록 했다.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은 추수감사절이 왕의 관습이라는 이유로 기념행사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추수감사절을 다시 부활시킨 것은 링컨 전 대통령이었다. 링컨은 '고디스 레이디스 북'의 저자 사라 요세파 헤일 여사가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건립이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뤄졌음을 기념하는 행사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추수감사절을 다시 지내도록 했다.
당시 남북전쟁이 한창이었던 미국은 추수감사절 하루 동안 전쟁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추수감사절은 미국인들에게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명절로 기억될 전망이다.
고용시장에서는 지난 11월 5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올들어 190만명이 직업을 잃은 채 거리로 내쫓겼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용시장이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하는 등 경제는 공황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 금요일로 연중 최대 쇼핑시즌이라는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할인매장의 싼 제품을 먼저 사려고 몰려 들면서 유통업체 직원이 발에 밟혀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미국 경제가 개선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차기 정부가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까지 40여일이 남았다.
과연 오바마 당선인이 내년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링컨 전 대통령이 되살린 추수감사절에 미국 국민 모두가 행복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지난 8년 동안 부시 행정부의 실정을 넘겨 받는 오바마 당선인에게 이번 연말은 자신의 표현대로 고뇌와 번민 속에 '잠못 이루는 연말'이 될 전망이다.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추운 겨울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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