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물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한은이 시장안정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0.25%~0.50%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내렸는데도 유동성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금융경색을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유동성 대책에 무게를 둘 가능성도 적지 않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경기 하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큰 폭으로 내려 한은도 금리 인하 압박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무려 0.75%포인트 내려 2년 반 만에 최저치인 2.5%까지 낮췄다. 영국중앙은행(BOE)도 3%에서 2%로 낮췄고, 스웨덴도 1.75%포인트 인하해 2%로 조정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1%까지 내려간 연방기금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오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인하폭에 대해서는 0.5%포인트 인하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은으로서는 0.50%포인트 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4.00%인 기준금리를 3.50%로 인하할 경우 나중에 사용할 카드가 소진되기 때문이다.
한은 내부에서는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의 바닥권은 2.5∼3.0%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며 "이는 한마디로 금리를 추가로 내릴 여력을 어느 정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0.25% 포인트 인하 정도로는 정부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금융경색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유동성 대책 카드도 빼어들 가능성이 높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0.50%포인트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0.25%포인트 내리는데 그친다면 추가인하에 대한 신호를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정범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측면만 보면 0.50%포인트 이상 내릴 수 있지만 현재는 기준금리를 크게 낮춰도 시중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되 시중유동성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 등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실물 쪽이 너무 안 좋아 0.50%포인트를 내릴 것으로 본다"며 "현 단계에서는 경기하강에 대응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0.25%포인트 금리 인하와 유동성 부분에 대한 미세조정 방안을 함께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와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책이 함께 필요하기 때문에 금리만 많이 내린다고 해결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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