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에 부동산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법원경매로 낙찰받은 부동산 물건에 대한 잔금납부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지난 11월 한 달간 낙찰대금 미납으로 다시 경매에 나온 재매각 물건수는 주택이 169건, 상가는 76건에 달했다. 이는 전달에 비해 각각 45%, 31% 증가한 것으로 월별 재매각 물건수로는 올 들어 가장 많은 것이다.
경매는 응찰할 때 해당 물건 최초 감정가(재입찰시 최저가)의 10%를 보증금으로 내고 낙찰이 되면 약 45일 안에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만일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해당 물건은 물론 보증금을 포기해야 한다. 이 때 해당 물건은 다시 경매 기일을 잡아 재매각 절차에 들어간다. 다만 잔금 납부 마감일이 지났더라도 재매각 시점까지 지연이자(연 20%)를 더한 잔금을 납부하면 낙찰자로서의 자격이 유지된다.
지난달 수도권에서 재매각된 주택의 보증금은 모두 37억918만원으로 물건당 평균 2200만원의 보증금이 증발했다. 상가 보증금 역시 13억3570만원에 달해 낙찰자 한 명당 평균 1800만원을 손해본 셈이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도 잔금납부를 포기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최근 잔금 납부 포기 사례가 급증하게 된 것은 부동산 가격 급락과 금융권의 대출 규모 축소로 인한 자금 조달 차질 등에 따른 것이라고 지지옥션 측은 설명했다. 또 살던 집이 나가지 않거나 역전세난으로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해 이사 계획이 어긋나면서 낙찰받은 물건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삼성아파트 165㎡형은 지난 7월 9억500만원에 낙찰됐으나 납부기한인 8월 말까지 잔금이 지불되지 않았다. 9월 재매각 일자를 잡아 경매가 진행됐지만 응찰자는 나서지 않았고 지난달 재차 경매에 부처져서야 7억5100만원에 팔렸다. 불과 4개월 사이 낙찰가가 1억5400만원 낮아진 것이다.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상가도 예외는 아니다. 명동 밀리오레 2층 점포(전용면적 4.3㎡)는 지난 5월 8880만원에 낙찰됐으나 낙찰자가 잔금을 치르지 않았다. 이후 재매각에 부처졌으나 3회 유찰 끝에 지난달에야 4357만원에 매각됐다. 본래 감정가인 1억6000만원의 27.2%에 불과한 가격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앞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가 심화되면 잔금 납부를 포기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부동산 가격 급변기에는 현재 가치보다 미래가치에 비중을 두고 낙찰가를 산출하는 것이 현명한데 빠른 시일 내에 가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보수적이고 신중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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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지지옥션 |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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