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기 불황이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상황을 거치면서 불황대처능력도 크게 높아져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를 글로벌 초강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을 기회마저 얻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대기업들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국발 금융위기와 국제원자재가격 급등에도 불구, 양호한 경영실적을 거뒀다.
전년동기 대비 분기별 매출 증가율은 1분기에 18.5%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는 26.0%, 그리고 3분기는 29.9%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세계경제가 불황국면에 접어들자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되는 등 경영위기가 점차 가시화됐다.
특히 세계경제 침체가 본격화된 4분기에는 수익성 악화 뿐 아니라 매출성장세마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속기업이 될 것만 같았던 삼성은 비자금이란 암초에 걸려 이건희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 외형상으로는 그룹이 해체되는 풍랑(風浪)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매출은 국내 기업 최초로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영실적은 불황에 크게 휩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세계적 경기불황탓에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악몽의 한 해를 보냈다.
반면 기아자동차는 잇따른 신차 발표와 소형차 위주의 판매전략이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국내 내수시장 점유율이 35%까지 올라갔다.
LG는 올 무자년(戊子年)이 최고의 한 해로 기록될만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삼성, 현대∙기아차그룹에 이어 국내 그룹 중 세 번째로 연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7조원을 달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LG전자 MC사업부, LG디스플레이,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부 등은 지난 3분기까지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율을 올려 그룹 매출의 성장을 견인했다.
그동안 내수기업이란 한계를 갖고 있었던 SK는 올해 성장 패러다임을 수출로 전환하면서 수익구조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SK는 올해 수출에서만 약 30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SK에너지, SK케미칼, SKC 등 주력 제조업체들은 수출 비중이 이미 50%를 넘겼다.
SK는 또 경기불황에 큰 여파를 타지 않는 사업구조가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히 느낀 한 해였다.
이처럼 불황의 여파가 경영전반에 충격을 주고, 수비적 경영기조가 널리 확산되면서 그동안 펼쳐왔던 성장전략들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불황극복 역량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와는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맞춤형 불황극복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이번 불황을 글로벌 판도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쟁 환경은 국내 기업들에게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며 “불황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경쟁환경과 기업이 보유한 역량을 고려한 ‘맞춤형 불황극복전략’을 적극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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