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중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으며 국책은행에 대한 내년도 출자액도 5조원대로 대폭 확대했다.
발권력을 갖고 있는 한국은행도 금리인하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실물경제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은행 자본확충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들의 자금중개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실물경제에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좀더 진행될 경우 기업들이 연쇄 도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정부 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내년 1월 말까지는 올해 12월 말 기준 은행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의 윤곽이 드러난다"며 "이 때부터 BIS 비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2월 중순까지 권고치에 미달하는 은행에 대해 국책 금융기관 등을 통한 자본 확충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13개 은행에 내년 1월 말까지 기본자기자본 비율이 9%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자본을 늘리도록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이 은행별로 12월 말 기준 기본자기자본 비율 추정치를 갖고 제시한 자본 확충 규모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3조 원대이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1조 원 안팎이며 9개 지방은행은 1천억~5천억 원 수준이다.
정부는 은행들이 스스로 자본확충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지원에 나서기로 하고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 확충 방안으로는 국책은행과 연기금 등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은행의 상환우선주 등을 매입하거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한국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이 돈을 시중은행에 출자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현행법상 한국은행은 산업은행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거나 수출입은행에 출자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어떻게 하겠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운 상태"라면서 "그러나 자본확충 등을 위해 중앙은행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자본확충 펀드 등의 지원에 나선다면 그 금액은 적어도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은은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전체 조성액 10조원 가운데 50%인 5조원을 지원한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는 만큼 자본확충 펀드에도 상당규모의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위기가 좀더 진행되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행했던 것처럼 한은이 특수목적회사에 출연하고 이 회사가 기업어음(CP)을 매입해주는 방안 등도 검토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국회는 내년도 국책 금융기관 출자금액을 당초 예산안에 비해 1조7천500억원 증액해 최종 의결했다. 당초 정부는 연말 현물출자와 내년 예산투입분을 포함해 국책 금융기관에 3조6천1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예산조정 과정에서 5조3천600억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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