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이후 미국 종교계에서 교황노릇을 해왔던 빌리 그레함 목사는 복음주의자의 대표다. 오랫동안 빌레 그레함 목사를 대표로 하는 복음주의자들은 미국 정관계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군림해왔다.
오죽하면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빌리 그레함 목사와 면담을 시도했고, 그 아들 플랭클린 그레함 목사를 비롯한 복음주의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강조했을까.
지난 8년간 부시 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극단적 성향의 복음주의는 잠시 수면아래로 잠복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인물이 릭 워렌 이다.
2007년 한국을 다녀가기도 했던 그는 남침례교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신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80년 새돌백교회를 개척했다. 캘리포니아주 LA인근에 있는 새돌백교회는 현재 등록교인 8만5000명에 교인 2만여명이 출석하는 큰 교회로 성장했다.
릭 워렌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15인, 미국 최고 지도자 25인,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지도자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의 저서 '목적이 이끄는 삶'은 종교서적임에도 미국 내에서만 약 2000만부 이상 팔렸다. 성경을 빼곤 미국 역사상 단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된다.
릭 워렌 목사가 내년 1월 20일 세계적인 인물로 떠오를 예정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 축복기도를 대표적 복음주의자인 릭 워렌 목사에게 맡겼다. 물론 오바마의 선택에 대해 진보단체나 인권단체는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오바마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차 보다는 '화합'을 택해야 한다"는 말로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정적을 끌어 안은 오바마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두고 볼일이다. 오바마의 선택을 접하면서 '미국이란 나라 참 대단하다'란 생각이 든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자리에서 '노사모' 대표가 축사를 하는 그림을 그려보자. 물론 지나친 비약이다.
지난주 여의도 국회의사당엔 난데없이 해머와 전기톱이 소품(?)으로 등장했다. 여당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단독 상정으로 촉발된 여야간 '입법전쟁'이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이번주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더미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오늘부터 전 상임위에서 법안심의를 강행하기로 하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지금은 행동할 때"라며 속도전을 기치로 내건 한나라당에 맞서 민주당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법안 상정 저지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이번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또 어떤 업그레이드된 소품(?)이 등장해 전 세계 언론을 흥분케 만들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금모으기 운동'은 외환위기를 이겨내는데 큰 사회적 힘으로 작용했다. 몰론 국민적 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국난 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의 전제는 '화합'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소품은 해머와 전기톱이 아닌 '사회적 화합'이 아닐까.
오바마가 릭 워렌을 선택한 것도 당장 발앞에 놓인 경제위기 극복의 전제조건이 사회적 화합이라고 봤기 때문일게다.
윤경용 기자 consra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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