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그룹들은 경기침체 해소를 위한 투자확대를 기대하는 정부측 요구에 부응하면서, 경기불황에 따른 최악의 업황 속에서 최적의 투자액을 산출하기 위해 아직까지도 주판알을 뜅기고 있다.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반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도 전략을 확정하기 위해 당초 23일 열 예정이었던 ‘2009년 삼성전자 사장단 전략회의’마저 연기한 상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시설투자에 19조1000억원, 연구개발(R&D)에 7조2000억원, 자본투자에 7000억원 등 총 27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불어닥친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당초 계획했던 투자규모를 축소했고, 내년도 투자규모도 예년보다 줄일 가능성이 높다.
대신 시장상황의 불확실성을 감안, 당분간 현금확보에 주력하면서 현금을 M&A 같은 전략적 목적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자체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필요한 투자는 현행대로 유지해 사업경쟁력 확보와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갈 것이란 전망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2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투자액은 10조원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내년도 투자규모는 이보다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관련 최근 주우식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은 개인적인 견해라고 전제하면서, 내년도 투자규모는 올해보다 약 2∼3조원이 감소한 7∼8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1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삼성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투자액을 썼던 LG그룹은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투자계획을 준비 중이다.
이는 구본무 회장이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컨센서스 미팅에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시설투자 감축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앞서 지난달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사내 임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불황이 닥치면 투자를 줄이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며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LG 계열사들은 내년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인력확충도 집중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양전지, 하이브리드카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 그룹 차원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와 구본무 회장이 애착을 갖고 추진해 온 디자인 분야의 예산은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약 3조5000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포함해 올해 총 10조원 가량을 투자했던 현대∙기아차그룹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기에 투자를 단행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당초 계획한 투자는 그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반테, 포르테의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자동차분야의 신성장동력이 될 친환경 차량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는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또 2010년 생산개시를 목표로 지난달 현재 공정율 35%를 보이고 있는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도 원래 일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에는 총 5조84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올해 차세대 통신기지국 건설과 에너지 개발, 연구개발(R&D) 등에 총 8조원 가량을 투자했던 SK그룹의 경우 내년에는 주로 SK텔레콤 등 통신사업 위주로 투자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SK에너지도 환율상승에 따른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내년도 설비투자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상당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총 15개월에 걸쳐 지난 6월 완공한 울산공장 휘발유고도화설비(FCC)가 당초 예상보다 5000억원 가량이 추가로 소요된 경험이 있는 SK에너지는 지난 6월 착공한 인천 제4 경유고도화설비(HCC)에 대한 투자를 상황에 따라 축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재붕, 정경진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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