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200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연 내년 경제 전망에 쏠려 있다.
내년에는 금융위기를 비롯해 실물경제의 침체가 잠잠해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글로벌경제는 물론 자본시장 전체의 요동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2009년을 맞이해 본지는 5회에 걸쳐 내년 글로벌 경제와 아시아 증시, 상품시장, 외환시장, 채권시장을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2008년 한 해 동안 달러화는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예상하는 대로 움직였지만 그와 같이 움직인 배경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미국 경제 회복은 실현되지 못했고 대신 신용경색이 심화되며 전면적인 경기침체에 접어들었고 미국 기준금리는 더욱 인하됐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달러화는 올 하반기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때문이 아닌 예상치 못했던 안전통화로의 도피 움직임 때문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상반기 달러화가 큰 폭으로 조정되는 상황을 지켜보게 될 것 같다. 많은 전문가들은 연초 달러화의 약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정식 출범 이후에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과 함께 이후 연말로 접어들면서 달러화가 점차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09년에는 달러화의 '안전 통화'로서의 랠리를 반납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초 달러화의 약세는 더욱 심화되겠지만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연말로 접어들면서 달러화는 점차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
◆'안전통화'로서의 랠리는 반납=뉴욕 GFT의 캐시 리엔 통화 리서치 부문 이사는 "2008년 하반기 달러화의 강세로 인한 결과들을 2009년 상반기에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엔 이사는 "달러화 강세가 해외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기업들의 이윤마진을 크게 잠식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기록한 유로화 대비 사상 최저치로부터 멀어졌고 다시 이 지점을 시험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달러화의 조정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달러화의 '안전통화' 추세로 일차적인 수혜를 입은 일본 엔화 대비시 달러화는 10여년 만에 최저치를 갱신했다. 하지만 엔화가 추가적인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일본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고 외환당국도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적극적인 입장 표명에 나섰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2009년 달러화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하는 것은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행보가 언제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내년 중반부터 회복될 수 있고 4/4분기, 또는 그 이후까지 계속 침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외환분석가들은 회복 시점이 빨라지던 혹은 늦어지던 간에 달러화가 연말로 가면서 점차 강세 통화의 특징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 그룹의 앤드류 윌킨스 수석시장분석가는 "미국 경제가 건강을 되찾음에 달러화가 회복 추세로 크게 전환될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이 바로 세계경제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남은건 경기회복뿐?=1년 쯤 전 유럽 수퍼모델이 달러화로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2008년 상황에서는 이런 식의 달러화 회피가 어느 시점까지는 상당히 똑똑한 선택이었다.
사진설명: 최근 1년간 유로/달러 환율 추이 (출처: 야후 파이낸스) |
달러/유로는 지난 7월중 1.6036달러까지 상승, 유로화 도입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든 뒤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하락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달러화의 랠리는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 때문이 아닌 미국외 다른 세계 경제 상황이 얼마나 처참한가를 반영한 것이었다.
유로존 경제는 첫 공식 경기침체로 진입했고 일본 경제 역시 6년 만에 위축됐다.
게다가 신용위기 속 은행간 대출시장에서의 유동성 부족 현상은 심화되고 전세계적으로 달러화 수요 역시 왕성했다.
하지만 이른바 '디레버리징'이라는 달러화의 랠리 배경은 이제 거의 소진된 듯 하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의 마크 챈들러 글로벌 수석외환전략가는 "향후 미국 경기 회복이 달러화의 새로운 랠리를 이끄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등 정부의 적극적 정책 대응으로 경제가 단기간 위축될 수 있겠지만 자본 시장에는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챈들러는 "내년 중반쯤에는 미국 경제가 다른 누구보다 앞서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달러화가 지지를 얻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존 경제의 상황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거의 유럽 경제 전역이 심각한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챈들러는 "유럽도 내년 하반기에는 회복세에 접어들겠지만 미국과 6개월의 시차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BBH는 달러/유로가 내년말 1.3000달러에 거래될 것이며 엔/달러는 100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엔 강세 지속될 듯=올들어 엔화 대비 달러화는 20% 이상 약세를 보이며 최근 90엔 이하 수준으로 하락한 엔/달러는 13년 만에 기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본 경제 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지속될 것이라는 징조로 분석되고 있다.
사진설명: 최근 1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출처: 야후파이낸스) |
일본은행(BOJ)이 최근 발표한 단칸서베이 결과 대기업 제조업체들의 업황지수는 1974년 8월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
이들 기업들은 엔/달러가 올 하반기에 평균 101엔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수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본 외환당국은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전반적인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다시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엔화의 강세는 글로벌 위기와 위험회피 시점에 일본의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통화 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위험회피 성향이 강할 때는 정반대의 특징을 보이게 된다.
투자자들이 가급적이면 위험한 고금리 통화에서 빠져나오고 대신 조달통화인 저금리의 엔화를 매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때는 이자가 싼 국가에서 빌린 돈으로 수익이 높은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이른바 '캐리트레이드(carry-trade)'가 성행했지만 지금은 그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된 것이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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