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입 본계약(29일)을 앞두고 산업은행(행장 민유성)에 요청한 인수대금 납부시기 연장 문제의 향배가 27~28일 중 결론지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한화그룹의 요청을 수용할 경우 한화그룹은 보다 여유로운 입장에서 인수 자금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산업은행이 이를 거부하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M&A(인수-합병)는 무산되고 매각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깊은 고민에 빠진 것은 산업은행. 산업은행이 한화그룹의 연기 요청을 수용할 경우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반면 세계적인 경기 침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한화그룹의 요청을 거부하고 재입찰에 들어간다면 매각 금액은 훨씬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에 이행보증금으로 3000억원을 납부한 한화그룹은 오는 29일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5%의 추가 보증금을 납부하고 3개월 이내에 잔금 90%를 현금으로 납부하기로 돼 있다.
한화는 당초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 2조~3조원 외에 대한생명 지분매각을 통해 1조5000억원, 컨소시엄 안팎의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3조원, 계열사인 한화건설을 통한 조달 등 총 8조 정도를 대우조선 인수 자금 루트로 계획했었다.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한화는 서울 장교동 본사, 소공동 사옥, 시흥 군자매립지와 같은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서라도 인수 자금을 충당한다는 복안이었다. 한화의 대우조선 입찰가가 6조5000억원 선 임을 감안했을 때 여유가 느껴지는 규모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권을 중심으로 자금유동성 경색이 심화되고 있고 주식시장도 이렇다 할 반등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국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이른바 ‘3중고’가 한화의 자금조달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하나은행, 외환은행, 농협 등 금융권 투자자 및 외국계 투자자들 모두 최근 투자금액을 6분의 1수준으로 줄였다”면서 “물리적으로 3월 말까지 돈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 측에 납부 시한 연기와 잔금 분할 납부를 제안했으나 이를 산은 측이 받아들여 줄지는 알 수 없다”면서 “매각작업을 성사시키기 위한 칼자루는 산은이 쥐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산은 측은 현재까지는 한화의 요구사항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대우 산은 기업금융4실장은 “본 계약 및 잔금납부와 같은 대우조선 매각절차는 MOU 내용대로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면 한화가 납부한 이행보증금은 몰수된다”고 강조했다.
한 실장은 “만약 계약이 무산된다면 내부 검토를 걸쳐 재입찰 등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한 방침을 새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약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와 산은 내부에서도 재입찰을 할 경우 매각 대금을 현재보다 낮게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조선업계의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내년 경기도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대우조선 인수에 새롭게 나설 기업들은 가격을 1조원 이상 낮게 써넣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의 현재 시장가치(매각 대상 51% 주식가격) 1조6000억원에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150%로 감안하더라도 4억원 선이면 적정하다는게 시장의 평가. 과거 가장 비싼 M&A 매물이었던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은 130%였으나,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서 감안한 프리미엄은 무려 200%를 넘는 ‘과욕의 승부수’였다는 얘기다.
한화의 새로운 제안을 받은 산업은행은 ‘명분’과 ‘실리’의 양 칼 끝 중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한화 임원들 사이에서는 산업은행이 한화의 요청을 거절해 ‘어쩔 수 없이 대우조선을 포기하는’ 모양을 갖춰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향후 상당기간 전 산업의 불황이 예고되는 가운데 그룹의 역량이 대우조선에 집중될 경우 자칫하다가는 ‘제2의 대우그룹’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재훈 기자 j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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