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대화 ‘평행선’, 의장 경호권 발동가능성
31일 막판타협도 가능 “아직 시간은 있다”
연말 은행법, 방송법 등 쟁점법안 처리 향방을 놓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국회가 ‘파국이냐, 정상화냐’라는 갈림길에 섰다.
합의법안 처리와 관련, 김형오 국회의장이 설정한 여야대화 마지노선도 불과 하루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는 각각 ‘연내 85개법안 일괄처리’, ‘직권상정 없이 50여개 합의법안 우선처리’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국회의장 경호권 발동되나
현재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법안처리를 위한 대화를 지속하고는 있으나 여야 주장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협상 당사자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30일 “사회개혁 법안 13개는 처리해 줄 수 있다. 대신 경제살리기, 위헌관련 법률, 일몰 법안, 예산부수 법안에는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발의한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독점규제관련법 그리고 방송법 등 27개 법안은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도 이날 “한나라당이 27개 법안을 경제법에 묶어 견강부회식으로 밀어붙이겠다고 하면 양보의 여지는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에선 청와대가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미 달리는 호랑이의 등을 탄 형국이다. 또 민주당은 “‘MB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민주당의 강력투쟁 방침에 국민들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더욱이 리더십부재 지적이 일고 있는 양측 지도부는 이번 법안처리 추이에 따라 내년 권력구도 향방이 결정된다. 양쪽이 모두 물러서야 할 이유가 없는 만큼 치킨게임 양상으로 파행이 예고된다.
따라서 31일 자정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를 풀기 위한 김 의장의 경호권 발동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막판타협’ 가능성 있어
일각에선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도 보고 있다. 협상결렬로 결국 31일까지 아무것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양쪽 피해가 없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중재안까지 제시한 김 의장이 꼭 직권상정을 고집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85개법안 중 정작 쟁점법안은 30개도 안 되고 나머지 민생법안 처리는 여야가 동의하는데 그만큼 협상의 여지도 줄어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첨예한 대립사안인 한미FTA비준안의 경우 “야당이 원한다면 1월 말 처리로 늦출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여야 3당 원내대표가 3차례 이상 대화를 시도하려 한 것 자체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위기로 여론이 좋지 않은 시기에 쟁점법안을 제외한 민생법안이라도 처리해놔야 양쪽으로서도 어느 정도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경제살리기 법안, 방송법 등에 여야가 현격한 입장 차를 보이는 만큼 하루 만에 접점찾기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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