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악화ㆍ구조조정 가속ㆍ프로그램 매물 겹악재
상반기 박스권 횡보 이후 하반기 본격 상승 '전약후강'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가 새해까지 이어지면서 상반기 주식시장도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사상 세번째 하락률인 41% 급락하며 1120선으로 마감했다. 올해도 경제지표 악화에서 구조조정 가속, 프로그램 매물까지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악재가 곳곳에 쌓여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악재로 인해 증시가 상반기까지 박스권에서 횡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눈높이를 낮추고 멀리 보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증시 곳곳 빨간불=경기침체 장기화로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새해 증시도 방향성 없는 불확실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먼저 경기침체 장기화로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은행권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금융팀장은 "은행이 자본확충을 통해 실탄을 확보하면 경기가 개선되는 시점에 부실 금융기관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본다"며 "시중은행 숫자가 2~3년 안에 미국이나 일본처럼 3~4개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물 부문에서는 국내와 미국 자동차업계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미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174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이들 자동차 업체 파산 공포는 단기간에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현대ㆍ기아차와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를 비롯한 완성차 5사가 공장 가동 중단과 잔업 중단으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조만간 구조조정이 예견되고 있다.
1월에 발표될 각종 경제지표도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실적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프로그램 매매도 배당락을 기점으로 매도로 돌아서면서 대규모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1월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순매수를 기록했던 경우는 2001년과 2005년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로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상당한 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경우 증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전약후강 장세 예상=주요 증권사는 올해 증시가 상반기 바닥을 확인하며 횡보하다 하반기에 본격적인 반등에 나서는 전약후강 장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까지는 기대 수익률을 낮게 잡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며 "소띠해인 올해 증시는 느리지만 장거리 경주를 위래 체력을 비축하는 우보행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실물부문에 대한 유동성 투입이 지연되면서 강한 실적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1998년에도 외환위기가 해소된 이후 구조조정으로 주가가 한 단계 레벨다운됐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증시에서 여러 차례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겠지만 추세에서 이탈할 만큼 하락폭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 증시는 혼돈을 지나 점차 치유와 복원으로 향하는 과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경기침체에 대한 주가 반영이 이미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추세를 크게 이탈하기보다 상반기에 다중바닥을 형성한 뒤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상반기 코스피 지수범위는 900~1500선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은 각각 990~1320선과 1100~1450선으로 제시했고 대우증권은 900~1500선으로 내다봤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대한 만큼 금융경색이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코스피 상장사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2~13%대로 유지하면서 상반기 1320선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며 "아울러 원화가치가 회복되면 하반기에는 1540선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아주경제'(www.ajnews.co.kr)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