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집권1년차의 시행착오를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출발선에서 새로운 국정운영을 다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일 "올 한해를 지켜봐달라"면서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청와대는 올해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명운이 걸린 한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여기에는 일정 부분 위기감도 반영돼 있다. 내년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올 한해를 허송세월할 경우 조기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불가피 하다는 인식에서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금융위기를 순탄히 타 넘지 못하면 현 정권으로서는 치명적인 위해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벌써부터 `제2의 촛불설'이 나돌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춰 이는 더욱 절박한 과제다.
이 대통령도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부처 업무보고와 신년 연설 등을 대폭 앞당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촌음을 아껴 전력투구하자는 게 이 대통령의 신념으로 내재화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 집권 이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시행착오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이 대통령의 학습 습득 속도를 감안할 때 지금은 몇달 전과는 다른 대통령이 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만이 가질 수 있는 광범위한 정보를 토대로 상황 인식을 재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출범 1주년이 되는 2월25일을 전후해 여권 진용 개편을 꾀하고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그동안 축적해온 인적 자료를 활용해 승부수 성격의 인사 개편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정 드라이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는 결연하다.
지난달 30일 한국전력,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34개 공기업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조직 혁신에 대한 결심이 서야 하고 그렇게 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는 고강도 발언을 한 것도 이 대통령의 최근 심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물론 공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전(全) 정부 부처는 물론 청와대 내부 등에도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들어 부쩍 비공식 일정을 많이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권 내부의 `닫힌 소리'가 아닌 외부의 폭넓은 `열린 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 대통령의 연말 여론 청취가 어떤 형태로 국정에 반영될지는 향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내.외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조합한 결과는 국정의 빈틈을 메워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의 신년 화두는 단연 경제다. `위기를 기회로'를 전면에 내 건 이 대통령의 올 한해 승부는 경제에서 결판난다.
위기의 깊은 긴 터널에 언제 햇빛이 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정부가 총력 대응하고, 국회가 받쳐주고, 국민이 험로에 기꺼이 동참하면 위기의 조기 종결은 물론 `위기 뒤의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의지와 각오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집권 2년차는 고통스러운 길을 피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내부 수단의 제한성과 경기 불가측성에 따른 미지의 뇌관 등을 감안하면 노력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또 정책 메스의 정확성도 장담할 수 만은 없다. 그만큼 국정운영의 위험을 떠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보혁 대립, 정파 이기주의, 계층간 갈등 등도 험난한 파고다.
이 대통령이 상대를 끌어안고 갈지, 자신의 지지층을 고수할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갈등과 분열을 근원부터 해결하지 않고는 위기 돌파를 위한 총력체제를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 대통령도 탕평 원칙을 새기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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