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법안 조속 처리…강도 높게 여당 압박
이 대통령, 야당사찰 등 직접 지시 ‘의혹’
또 다시 국회 공전 우려... “국회개입마라” 비판
국회가 21일간 공전을 거듭하다 가까스로 정상화됐지만, 청와대가 또다시 입법전쟁을 주도하려고 나서 문제를 낳고 있다. 이번에도 청와대가 쟁점법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부친다면 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8일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 ‘이런 식으로 되면 법안 처리를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겠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며 “경제살리기 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여당을 강도 높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MB법안 처리 TF 팀을 꾸려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 한나라당 원내지도부에 일정 압력을 가한다는 계산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규제완화 입법과 한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등을 통해 실물경제를 살리려고 하는데, 여당이 뭐하고 있는 거냐”며 “김 의장도 이래서야 친정(한나라당)으로 복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전날 “국회의 정상화는 절반의 정상화라고 해야 맞다”고 말해, 쟁점법안을 처리하지 못한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청와대가 9일부터 시작될 임시국회를 앞두고 ‘제2차 입법전쟁’을 사실상 선포한 것이어서 또다시 국회 파행이 우려된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임시국회 때부터 여야의 입법전쟁을 주도하면서 깊숙이 개입해왔다. 지난달 25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국회 출입 일시가 실시간 기록된 문건이 발견돼 ‘야당사찰’ 의혹이 일었다. 당시 여야 안팎에서는 박계동 사무총장이 청와대를 방문한 직후 야당 의원들에 대한 사찰을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이 대통령은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연내 처리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고, 이날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을 사실상 거부한 중재안을 내놓자 “이렇게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느냐”며 분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청와대가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를 상대로 8일 임시회가 마감됨에 따라 그 다음날인 9일부터 임시회를 다시 개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국회 개입에 대해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손을 떼고 국정에나 전념해야 한다”고 맹성토했다.
복수의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도 “국민여론도 살피면서 법안을 처리해야지 무조건 청와대의 속도전에 보조를 맞출 수는 없는 일”이라며 “차라리 경제살리기 법안을 우선 처리하고, 논란이 되는 법안은 이후에 처리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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