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상 건설.조선사를 선정하기 위한 채권단의 작업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18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채권은행들은 담당자들이 주말 내내 출근해 92개 건설사와 19개 조선사에 대한 1차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다시 검증하며 등급 재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1차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놓고 자체 논의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B와 C등급, C와 D등급의 경계선에 있는 기업들 중 일부의 등급이 한 단계씩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감독당국은 금주 초까지 등급 조정 작업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어서, 최종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C등급 이하 15~20%까지 올려라
주채권은행들이 주말까지 92개 건설사와 19개 조선사를 대상으로 1차 신용위험평가를 한 결과 총 10~12개 건설사와 2개 조선사가 C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이 중 퇴출 대상인 D등급을 받은 곳은 1개 건설사에 불과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대로라면 구조조정(워크아웃)과 퇴출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 수가 평가 대상 전체의 10%대 초반에 불과해 이대로는 구조조정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적어도 구조조정 및 퇴출 대상 기업들이 전체 평가 대상의 15~20%선까지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재검증 작업을 하고 있어 건설사와 조선사의 구조조정 및 퇴출 대상은 현재 12~14개에서 최대 16~20개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실제 은행권 내부에서도 신용위험 평과 결과 B등급을 받은 기업들 중 일부는 워크아웃이나 퇴출이 불가피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심사담당 은행 관계자는 "B등급과 C등급 간 경계에 있는 기업들이 매우 많은데, B등급 기업들 중 상당수는 추후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 기업들을 선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해당 기업에 대해 가장 많은 여신을 갖고 있는 주채권은행이 퇴출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며 "주채권은행은 가급적이면 D등급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증권업계 역시 현재까지 진행된 구조조정 과정만 볼 때 건설사와 조선사의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의 채권단 평과 결과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채권단 간 분쟁도 발생할 수 있어 구조조정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행들 한계기업 재검증 '진땀'
주채권은행들은 B등급과 C등급 경계에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재검증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기타항목을 활용해 최대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늘릴 것을 주문한 데다 '은행들이 A(정상) 혹은 B(일시적 유동성 부족)로 구분한 건설.조선사가 6개월 내에 부도를 내거나 C등급으로 떨어지면 문책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B등급과 C등급 간 경계에 있는 기업들이다.
신용위험평가 기준에 따르면 조선사는 60점 이상, 건설사는 70점 이상을 각각 받으면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A은행 관계자는 "대다수 은행들이 기타항목을 가점을 주는 항목으로 활용했다"며 "경계선에 걸쳐 있는 기업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어렵다고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각 주채권은행의 평가 결과에 타 은행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검증 작업을 해보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앞으로 은행들 간 이견 조정 과정에서도 등급이 달라지는 기업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은행들 간의 협의와 조정위원회의 조정 과정에서 C등급과 D등급 기업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여신액이 적은 다른 채권은행들은 추가 지원 없이 부실을 털고 가기 위해 D등급 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견 조정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기업 구조조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금융감독당국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D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이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 은행들에 맡기고 있는데 은행들 스스로 C, D등급을 주기는 쉽지 않다"며 "금융감독당국도 손에 어느 정도 피를 묻혀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