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금융업보다 제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용 문제를 넘어 제조업 전반의 기반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제조업 고용 `설상가상'
제조업 고용이 급감하는 것은 고용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는 구조적인 요인과 극심한 불황이라는 경기적 요인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005년 10.1로 2000년의 13.2에 비해 3.1포인트 하락했다. 1995년(19.3)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다.
이는 제조업에 10억 원을 투자할 때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는 얘기다.
제조업이 노동집약적인 구조에서 자본집약적인 구조로 전환되고 있고 생산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낮은 정보통신업(IT)의 비중이 커진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글로벌 소비부진으로 상품 수출이 격감하면서 고용 사정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수출 감소는 감산과 조업중단, 구조조정 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제조업의 고용을 위축시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연구위원은 "전체 수출의 80% 정도를 제조업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수출 감소는 곧 제조업 침체로 이어진다"며 "기존에도 제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약화되면서 일자리가 줄었는데 수출 쪽이 막히다 보니 고용이 큰 폭으로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샌드위치' 우려
아직까지 국내 제조업은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글로벌 불황만 해소되면 제조업이 빠른 속도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제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249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818조 원의 30%에 달하는 상황에서 제조업의 회복은 곧 국내경제의 회복으로 이어지게 된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현재까지 제조업의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제조업은 글로벌 수요가 살아나면 하락 속도 만큼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번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중국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M&A는 30%, 국가간 M&A는 38%씩 위축됐지만, 중국의 M&A 시장은 44% 증가한 1천59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기업이 부품소재, 통신 부문에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 M&A는 64% 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제조업이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는 추격당하는 `샌드위치' 현상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이번 경제위기를 우리 제조업을 따라잡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고 실제로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격차가 줄고 있다"며 "대기업의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래를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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