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이같은 상황을 악용한 불법외환거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외국에서 몰래 구한 외화를 여행사나 수입업체에 되파는 수법으로 부당 이익을 챙긴 104곳의 2300여억원 규모의 외국환 거래법 위반자들이 최근 당국의 조사에 의해 적발됐다.
이 가운데는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랜드사(중소하청 여행사)가 99곳으로 대거 포함돼 나타났다. 관세청은 “해외여행객이 감소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환전상을 통해 외화를 불법 매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총출국자수는 891만7430명으로 2007년 동기 대비 31만5347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아웃바운드를 주로 취급하는 여행사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랜드사 관계자들은 “경기침체 속에 엔고 현상이 이어져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경영이 악화되자 싼 값에 외화를 끌어 쓰려고 한 이들 여행사는 여행경비가 입금되는 통장을 환전상에게 맡기고 원화가 통장으로 들어가면 환전상으로부터 외화를 배달받아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환전상과 여행사는 각각 달러당 5원, 6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외환거래에 대한 처벌 정도는 이달 중에 결정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행업이 처한 어려운 여건이 고려돼 낮은 벌금형으로 판결이 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화거래를 둘러싸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윤을 남겨야 하는 환전상과 여행업계의 이 같은 결탁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어두운 연결고리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환율 급등과 엔고 현상으로 불법거래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 형상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불법외환거래 적발 사례가 투기 목적이 아님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행업계에 불어든 한파가 고려된 판결이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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