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비정규직 고용기간의 연장을 골자로 추진 중인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전방위로 들끓고 있다.
개정안 취지에 전문가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기간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의견만 분분하지 여야 모두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규직과보호 등 근본원인 짚어야”
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 회기에 처리하려는 비정규직 개정안은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자는 것이 골자다.
당의 논리대로라면 2007년 통과된 기존 비정규직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오는 7월 10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자가 해고되는 대란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눈치지만 개정안 자체는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박사는 “당장 혼란이 올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는 개정안 내용은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지적했다.
남 박사는 그 대안으로 “비정규직 기간을 변형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 정규직과보호에 대한 완화정책을 펼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제시했다.
한국비정규직센터 김성희 소장의 경우 “정부가 얘기하는 100만 명 대량 해고도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며 ‘7월 대란설’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소장은 “4년으로 늘리건, 5년으로 늘리건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다”며 “상시적일자리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는 등의 입법과 원칙적인 고용창출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진단했다.
◇정치권, 대안없어 난감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조속히 추진하려 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많은 상태다. 민주당 등 야당도 한국노총 등과 연계해 반대의견을 펼치고는 있으나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쟁점법안과 함께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그러나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2일 “정부 측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한 것인데 당에서는 일체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성태 의원 등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도 “차라리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라”며 이견을 제기하는 상태다.
이에 일각에선 “당이 ‘7월 대란이 올 것’이라며 불안감만 주고 있지 막상 중요한 정책방향 설정에 대해서는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재정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의 반대논리도 빈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참여정부 당시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킨 당사자들인 만큼 야당이 된 지금에 와서 “4년 연장을 저지하겠다”는 의견은 다소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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