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락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역마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은행 금리 체계 변경 검토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금리 체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대출의 60~70%가 CD금리 연동이지만, 이는 은행 조달 비용과는 맞지 않는다"며 "과거 은행들이 사용했던 `프라임레이트'(조달 금리, 마진 등을 감안해서 은행 자체적으로 산출한 기준금리)를 비롯해 대출 금리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한지주의 최범수 부사장은 전날 실적 발표회에서 "CD 금리 자체가 조달 비용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신한은행의 경우 대출 기준금리와 관련 다른 연동금리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금리 체계 변경은 큰 작업이어서 섣불리 결정하기는 어렵지만, 금리 체계 변경을 포함한 다양한 수익성 증대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조달금리 연동해야"
은행들이 금리 체계 변경을 검토하는 것은 CD금리가 지금처럼 3%대 밑에서 유지되면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부분 예금이나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대출로 운용한다.
지난해 9월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1년짜리 7%대 특판예금을 취급하고 8%대 후순위채를 앞다퉈 발행했다.
이렇게 조달한 비용을 대출로 운용해 이자 마진이 남으려면 대출 금리가 이보다 더 높아야 하지만 현재 CD 연동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5%대로 하락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2일 CD금리는 2.96%로 작년 말 0.97%포인트나 떨어졌고 지난해 10월 말과 비교하면 2.0%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통상 은행들은 CD금리에 1.5~2.0% 정도의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적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자 마진을 내려면 CD금리에 5% 안팎의 가산금리를 더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은행들은 은행의 조달 원가와 기업의 신용도 등을 반영해 산출한 자체 기준금리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환란 당시 예금금리가 18~20%까지 치솟자 은행들은 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다.
대출금리가 급등하자 은행의 대출금리 체계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졌고 은행들은 투명성을 높이려고 시장금리인 CD금리 연동으로 대출 체계로 변경한 것이다.
모 은행의 재무 담당자는 "전 세계에서 리테일(소매) 대출 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현재 CD금리 일변도의 금리체계를 조달금리 연동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대출금리 변경 쉽지 않을 듯
그러나 은행들이 실제 대출금리 체계를 변경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리가 오를 때는 고금리 수익을 누리다가 이제 와서 금리 체계 변경을 논의하는 것은 `이기적 발상'이라는 비난이 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CD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문제다. 코리보(은행간 거래 때 적용되는 평균금리)나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금리 등이 거론되지만, 코리보는 거래가 활발하지 못하고 한국은행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통안증권 금리는 은행의 자금조달과는 거리가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조달 금리, 마진 등을 감안해 정한 기준금리(프라임 레이트)의 경우 투명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CD금리 하락으로 수익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처럼 CD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새로운 기준금리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은행 내부적으로 조달금리를 가중 평균해서 내부 기준금리를 제시할 수 있겠지만 얼마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고객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김재우 수석연구원은 "금리 체계를 변경한다면 신규 대출부터 적용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은행의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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