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기 유통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해야할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장비시장에 대해서도 제도를 마련해야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시장이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만큼 과도한 규제는 시장의 성장 자체를 억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가격 공개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책임은 없다"면서도 "가격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국이 의료기기 유통시장의 투명성 확보에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다국적업체들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첨단기술이 필요한 고가장비시장을 다국적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가할 경우 이들이 아예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너럴일렉트릭(GE) 헬쓰케어와 지멘스, 존슨앤존슨메디칼 등 다국적 의료기기업체들은 자사의 의료기기 유통과정은 투명하다면서도 유통 경로와 의료기기 가격 공개는 거부했다. 규정상 유통 과정과 가격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이유다.
지멘스의 전미나 홍보실장은 "지멘스는 의료기기를 직접 계약하거나 판매하고 있다"면서 "가격과 유통 과정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GE 헬쓰케어의 윤명옥 차장 역시 "GE는 의료기기 유통에 대해 엄격한 자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차장은 그러나 판매 계약을 맺은 딜러 업체들이 자사의 엄격한 기준을 따르는지를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존슨앤존슨메디칼 "그냥 진료나 받으세요"...한국은 적자만 쌓여=일부 다국적업체는 의료기기 가격과 유통 과정 공개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존슨앤존슨메디칼의 오미래 이사는 "소비자들은 수술이나 진료를 받을 때 얼마짜리 장비로 진료를 하는지 관심이 없을 것"이라면서 "업체 입장에서 굳이 가격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격이 궁금하면 의료보험공단에 물어보면 될 것 아닌가?"라면서 불쾌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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