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고소득층도 지갑을 닫았다.
4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재 판매에서 중산층 이상이 주로 이용하는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상품 소매점 등이 모두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백화점은 전년 동월 대비 11.7%, 전문상품 소매점과 대형마트는 각각 10.1%와 6.9% 줄었다. 백화점 판매가 이처럼 급감한 것은 2004년 3월 -14.2%를 기록한 이래 4년9개월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백화점 판매는 8월에 전년 동월 대비 0.8% 증가했으나 9월에는 -5.1%로 급감했고 10월 -1.6%, 11월 -0.1%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같은 백화점의 판매부진은 고가브랜드 상품과 여성의류 구매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백화점 명품 구매는 지난해 10월에 전년 동월 대비 32.1%, 11월 31.9% 증가해 경제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호황을 누렸으나 12월에는 18.7% 늘어나는데 그쳤다.
여성 의류 매출 또한 지난해 11월에 전년 동월 대비 -2.6%였는데 12월에는 -13.3%까지 빠졌다.
특히 12월은 유통업체의 최대 대목임에도 백화점 등이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제는 중산층뿐 아니라 고소득층까지 본격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음을 반영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등의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자 그동안 관망세를 보였던 고소득층마저 불안감에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교통비를 들이지 않고 싼값에 물품 구매가 가능한 인터넷 쇼핑 등 무점포 판매는 급격히 늘었다.
인터넷쇼핑, TV홈쇼핑, 방문판매 등 무점포 판매는 지난해 12월에 전년 동월 대비 5.7%나 증가했다. 백화점 등 모든 업종이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무점포만 선전한 것이다.
올해 전망 또한 백화점보다는 인터넷 쇼핑이 밝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2009년 국내 소매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인터넷쇼핑 매출액이 21조2천억 원으로 백화점 매출액(20조1천억 원)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버팀목 역할을 해주던 명품과 고급 여성의류 소비마저 급감하는 바람에 백화점들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볼 때 고소득층도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층 소비 감소가 현실화되자 재정부가 다급해졌다.
경기 불황으로 저소득층의 소비 붕괴는 불가피하지만 고소득층의 소비마저 줄어든다면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승용차 구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오는 6월까지 개별소비세율을 1천~2천cc 이하 승용차는 5%에서 3.5%, 2천cc 초과 차량은 10%에서 7%로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수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이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기가 안좋을 때 고소득층이 돈을 써야 그나마 경제가 돌아간다"면서 "특히 올해는 내수가 가장 중요한데 고소득층마저 소비를 줄일까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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