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취업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아온 MBA(경영학석사) 졸업생들도 올해는 취업난을 실감하게 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MBA 졸업생 채용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는가 하면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처음으로 신규 채용 인력의 임금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은 올해 미취업 상태에서 MBA 과정을 마치게 될 학생 수가 16년래 최대치에 이를 전망이라고 미국 경영대학원 대표자 모임인 GMAC(Graduate Management Admission Council)의 조사를 인용해 최근 보도했다.
상당수 미국 기업들은 침체된 경기 탓에 아직 MBA 졸업생 채용 규모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지만 조사 대상 기업 4곳 가운데 1곳은 올해 채용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MBA 졸업생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기업 비율은 17%에 그쳤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과거처럼 높은 몸값을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기업들은 올해 신규 취업자들의 임금을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낮출 계획이다.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은 올해 채용하는 MBA 졸업생들에게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겠다고 대답했고 15%는 임금을 인하하겠다고 응답했다. 임금 인상 계획을 밝힌 기업은 35%였다.
업종별로는 첨단기술, 금융, 회계, 제조업체들의 절반 이상이 임금 동결 의사를 보였고 에너지와 보건 관련 업체, 정부와 비영리단체 가운데 반수 이상이 올해 임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서 컨설팅의 임금 전문가인 스티브 그로스는 "MBA 졸업생들의 임금 오름세가 정체된 것은 기업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의 고용여력이 수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입'을 들이기보다는 기존 인력을 먹여살리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MBA 졸업생들의 취업시장이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경제의 불확실성 탓에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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