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시행, 금융투자업계 지각변동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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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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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이자 위기… 생존 기업만 글로벌IB 도약"
"한국판 골드만삭스 현실화는 10년 이상 소요"

자본시장통합법이 금융투자업계 틀을 새로 짜는 지각변동을 예고하며 4일 시행에 들어갔다.

법 시행은 자본시장에서 기회인 동시에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새로운 금융시대에 적응하는 회사는 세계적인 투자은행(IB)과 겨룰 기회를 쥘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기대 고조=자통법 시행으로 국내에서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인 IB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 대형 IB가 잇따라 무너졌지만 이는 위험관리에 소홀했던 탓일 뿐 한국형 IB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 대부분이 가진 시각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증권업계는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한국형 IB를 목표로 해외 현지법인을 개설하거나 해외 IB 출신 인재를 영입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법이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법 시행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신보성 증권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국내 증권업계는 IB로 도약하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 IB가 비틀거리고 있을 때 철저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전했다.

법 시행으로 회사마다 역량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면서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신 실장은 "자통법이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보약이 될 수는 없다"며 "대형사든 중소형사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업영역 확대ㆍ규모경제 강화=자통법 시행으로 금융투자업권간 칸막이가 사라지면서 사업영역을 확대해 규모경제 효과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법은 금융투자업을 투자매매ㆍ투자중개ㆍ집합투자ㆍ투자일임ㆍ투자자문ㆍ신탁으로 분류했고 상호겸영을 허용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미 한맥선물은 당국 승인을 거쳐 기존 업무 외에 증권 투자중개업을 추가했고 현대인베트스먼트자산운용은 집합투자업을 더했다.

대기업이나 금융지주에 속한 대형사는 경쟁사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ㆍ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곤 연구원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M&A 시도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통해 규모경제 효과를 강화하고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향해 한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기존 열거주의 대신 포괄주의를 적용함으로써 거의 무제한적인 금융상품 개발과 판매가 가능해짐에 따라 펀드시장에서도 일대 변혁이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상품 개발에서 얼마나 창의성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회사 등락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금융투자회사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품개발 역량뿐 아니라 완전판매 역량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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