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하루빨리 파업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전주공장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여부를 놓고 사측과 대립각을 세웠던 현대차 노조가 지난 13일 파업 대신 대화를 선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사태 탓도 있지만, 구조조정 문제도 아닌 것으로 파업을 하려 한다는 내부 비판이 노조 집행부의 발걸음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번 노조의 결정과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는 노사관계를 새롭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경우처럼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노조의 파행적 행보가 120년 만에 찾아온 한국 자동차의 도약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글로벌 ‘빅3’가 무너지고, 일본차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유럽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ㆍ기아차는 유일하게 세계 ‘톱10’중 감원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 생산이 파업과 불황 탓으로 줄었지만, 해외 생산과 판매가 날개를 다는 등 선방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업체들이 대형차와 저연비 차량에 집중하는 사이 중소형 고연비 차량 개발에 집중한 결과였다. 다양한 판매 전략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도왔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전년대비 14% 판매가 늘며,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노사가 힘을 합쳐 내수시장 불황을 이겨내고 해외 판매실적을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마련 중에 있지만, 내수 진작을 위한 전폭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소비심리 위축에 할부금융 문제까지 겹치면서 내수 시장이 최악의 상황”이라며 “미국, 유럽과 같이 정부가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내수 진작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호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생산라인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노조에서 계속 협조적일지 의문”이라며 “고질적인 노사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질 경우 글로벌 시장 선점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홍재 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은 “노사가 하나라는 생각으로 개선에 적극 나서면 자사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결국 경영실적 개선과 함께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임금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올해 노사가 한 몸이 된다면 저원가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도요타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임금 계층인 자동차산업 근로자가 위기상황에서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기보다 오히려 일을 적게 하면서 임금 승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라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다”며 “궁극적으로 경쟁력 하락을 불러 고용불안이라는 부메랑이 돼 되돌아올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산업 노사가 대립보다 상생의 길을 찾아 국가위기 극복을 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노동대학원 교수는 “한국 자동차산업 추락은 국민경제의 파국을 의미한다. 자동차 산업 쇠퇴를 막기 위해 노사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번의 위기가 전면적 노사협력과 경영 혁신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어 한국 자동차업계에 생산적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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