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금융 당국 수장과 은행장들의 워크숍에서 은행들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중소기업의 대출에 대해 전액 만기 연장을 해주기로 합의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선 것으로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 424조원 중 160조원 가량의 만기가 연장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이 아직 실효성이 부족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게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아직도 중소기업의 신용이 높건 낮건 간에 자금을 얻어 쓰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원요청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앞에서는 '예스(YES)', 뒤에서는 '노우(NO)'로 일관하고 있지 않은가 궁금하다.
자신들의 몸 보전에만 급급한 나머지 은행 창구 직원들은 "해당기업의 애로사항은 무엇인지"의 관심보다 "대출회수가 언제쯤 이뤄지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은행은 한술 더떠서 자신들의 잘못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사례도 있어 중소기업 지원이 정부와 은행장 입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코스닥기업 ‘I’는 지난해 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만기를 앞두고 자금의 여유가 없자 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조기상환청구에 대한 원리금 지급 기한부 유예를 추진했다.
그러나 해당기업을 무시하고 ’W’은행이 조기상환요구를 자의적으로 해석, 상환해 버리고 대신 청구하는 바람에 'I'기업은 더 이상 정상적인 영업은 고사하고 경영활동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W은행은 상환이후 원리금 대행계약에 따른 상환압박 수단으로 I기업의 주거래 은행 통장들에 가압류를 실시하는 바람에 회사는 더욱 큰 어려움에 빠져들었다.
이에 대해 W은행은 부도날 기업을 막아줬는데 “I기업이 적반하장식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과 회사간 원만한 해결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규정대로 할 뿐이라는 입장만 내 놓고 있다. W은행은 직원들의 안위만을 생각한 채 I기업을 자신들의 말대로 부도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이러한 문제가 비단 이 회사 뿐만은 아닐 것이다. 현장에서 찾아보면 더 황당하고 더 어렵게 연명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다. 정부가 이런 회사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 은행이 시시콜콜하게 기업들의 볼멘소리를 해결하라는 것은 아니다.
상장기업이 부도위기에 몰렸으면 은행은 물론, 선량한 투자자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아는 사실임에도 금융당국과 해당 금융기관에서는 제대로 조사한번 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미리 좀 알고 대책을 세워주면 규정을 내세우는 은행과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 모두 합의점을 쉽게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중소기업 지원의 관건은 정부의 과감한 집행과 구체적인 방안 제시다.
지금은 말의 성찬보다는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과 점검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다.
은행은 아직도 일반 서민이나 중소기업에게는 문턱이 높은 게 아닌가 한다. 서민과 기업들이 한푼 두푼 모아준 자금과 서민들이 필요자금을 빌려간 후 꼬박꼬박 상환하는 이자를 통해 자신들이 밥을 먹고 가족들이 살아가는 밑천이라는 걸 아는지 참으로 한탄스럽다.
조윤성 기자 co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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