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2일 내놓은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17.1%나 줄었지만 수입이 30.9%나 급감하며 3년 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힘입어 33억 달러에 육박하는 무역흑자를 낸 것이다.
'셀 코리아'에 기반한 자본유출 등으로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는 상황에서 대규모 무역흑자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막대한 국내 설비를 돌릴 수출수요가 여전히 부진한데다 내수와 수출을 되살릴 설비투자 부진이 흑자의 주된 요인이란 점은 부담요인이 아닐 수 없다.
◇ 수출이 살아야 하는데..주원인은 수입 축소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신탁통치'에 들어간 첫 해였던 1998년 수출은 1천323억 달러로 전년보다 2.8% 줄었지만 수입이 933억 달러로 무려 35.5%나 급감하면서 5년 만에 1천억 달러 아래로 주저 앉은 데 힘입어 이 해 우리나라는 39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수입수요가 결딴나다사피한 반면, 전년 말 한 때 달러당 2천원에 육박했던 환율에 힘입어 가격 경쟁력이 급상승한 결과였다.
1989년 이후 처음이었던 무역수지 흑자가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IMF 조기졸업'의 기반이 됐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이 현상이 한국의 수출입에서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2월 수출입동향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가의 폭등속에 지난해 2월1일∼20일 36%에 달했던 원자재 수입증가율은 올해 같은 기간에는 -28.3%로 곤두박질쳤고 자본재 수입증가율 역시 11.8%에서 -18.3%로 급반전됐다.
특히 자본재 가운데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이 90%가 줄어 이 분야의 투자가 거의 중단되다시피했음을 보여줬고 자동차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되면서 자동차 부품수입 증가율 역시 -31%까지 떨어졌다.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고환율에 수입제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소비재 수입 증가율도 이 기간 6.3%에서 -20.1%로 돌아섰다.
하지만 11년 전과 '무역축소형 흑자'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수입 감소세에 비해 수출 감소세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크다는 게 문제다.
11년 전에는 아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선진국과 신흥국들의 경제가 큰 문제가 없어 수출이 그나마 선방했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지역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2∼3년 전에 수주한 선박들의 인도 기일이 도래하면서 선박 수출만 47.4% 늘었을 뿐, 자동차(-33%), 반도체(-40%), 석유제품(-36%), 철강(-10%) 등 주력 품목 가운데 수출이 유지되고 있는 품목을 찾기가 힘든 형국이다.
1월 33.8%에 달했던 수출 감소율이 2월에는 17.1% 줄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지만 여기에는 설 연휴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증가와 수출 대상국들의 전년 말 재고 감소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화 약세도 한 몫 하기는 했지만 수출 증가보다는 수입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수출 증가반전 좀더 기다려야..환율영향 제한적
2월에 살아난 것은 무역수지일 뿐, 수출 자체는 17%의 높은 감소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에서 수출업체에 대한 보증 및 수출보험 제공 확대를 위해 3천억원의 추가 출연을 추진하는 등 수출을 조기에 증가세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수출 부진이 기본적으로 해외수요의 감소세에 따른 현상이라 한계가 있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3월 이후에도 해외수요 급감으로 수출 감소세가 불가피하다"면서 "선박 수출 호조와 환율효과, 수출보험 확대 등 정부의 지원으로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역수지에 흑자로 돌아섰지만 환율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KB투자증권 주이완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입에 대한 장기적 불안감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2월 수출입 동향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최근 환율 급등은 무역수지보다는 글로벌 금융불안과 외채 수급문제 때문이어서 환율문제를 잠재우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환율 급등은 무역수지보다 대외적 불안요인이 기인한다"며 환율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으로 평가하고 "무역흑자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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