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이 중국의 수요 감소로 위기에 직면했다. |
중국의 수입이 줄면서 수출에 크게 의존해온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무역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침체로 줄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수요를 그나마 사정이 나은 중국이 흡수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지역에서는 역내 무역 활성화가 경기회복에 긴요한 역할을 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 및 유럽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역내 무역의 경기부양 효과가 적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의 마이클 부캐넌 아시아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월 중국이 아시아지역 국가로부터 수입한 물량이 급감했다"며 "이는 중국이 여전히 미국 및 유럽과의 무역을 고수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무역은 역외 시장 수출을 위한 공급에 치우쳐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내에서 수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중국에 대한 대만과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각각 50%, 33%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신문은 적어도 올 2분기까지는 미국과 유럽의 수요 부진으로 아시아 수출기업들이 인력과 생산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각국 정부가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국의 수출입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경제 기반을 다지고 무역 상대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임스 맥코멕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책임자는 "아시아지역에서는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나머지 국가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지만 중국의 경기부양안은 국내 투자를 촉진할 뿐 수입 촉진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의 지역경기가 올 2분기에는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직면한 위기는 지난해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높이는 등 스스로 발등을 찍은 측면이 강하다는 판단에서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수비르 고칸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당시에는 허약한 금융권을 강화하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했는데 이들은 완전히 거꾸로 행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시아지역 국가들은 금리를 낮출 여지가 있어 금융권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고칸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아울러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권의 손실이 없고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따른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점도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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