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금융에 달러를 공급했지만 은행들이 외환당국으로부터 공급받은 외화자금을 상환하면서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2억 달러 감소하는데 그쳤다.
당국은 시중에 상당액의 달러를 이미 공급한 데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자금 한도도 150억 달러 가까이 남아있어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 4개월째 2천억弗 `아슬'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15억4천만 달러로 전월의 2천17억4천만 달러에 비해 2억 달러가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사상 최대폭인 274억 2천만 달러가 급감했고, 11월에도 117억 4천만 달러가 줄었다. 이에 따라 11월 말 2천5억1천만 달러로 1천억 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뒀으나 12월 7억2천만 달러, 올해 1월 5억2천만 달러가 각각 증가하면서 2천억 달러를 유지했다.
2월말 기준 외환보유액 구성은 유가증권 1천772억6천만 달러(88.0%), 예치금 235억7천만 달러(11.7%), 금 8천만 달러(0.04%) 등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여전히 세계 6위다. 나라별 외환보유액은 1월말 기준으로 ▲중국 1조9천460억달러(작년 12월말 기준) ▲일본 1조110억 달러 ▲러시아 3천869억 달러 ▲대만 2천927억 달러 ▲인도 2천486억 달러 ▲브라질 1천881억 달러 ▲ 홍콩 1천816억 달러 등이다.
한은 국제기획팀의 하근철 차장은 "당국이 공급한 유동성으로 은행의 외화부채가 크게 줄었고 외화자산이 부채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자력으로 단기 외채에 대응할 수 있다"며 "따라서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 시장개입 거의 안해
한은은 지난 2월에 외환보유액 변동 요인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보유액 증가요인으로는 은행들이 스와프 경쟁입찰 방식으로 받았던 외화를 상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상환액은 지난달 5일 7억 달러, 26일 15억 달러 등 22억 달러다. 외환보유액 운용수익도 외환보유액을 증가시켰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반면 유로화, 엔화 등의 약세로 달러 환산액이 줄었고 정부가 수출입 금융 지원을 위해 달러를 공급한 것은 외환보유액 감소 요인에 해당된다.
한은의 하 차장은 "외환보유액 증가요인과 감소요인의 액수가 비슷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에 큰 변동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에 변동이 없다는 것은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에 거의 나서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국이 시장개입을 주저하는 것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 추세를 바꿔놓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 외환위기, 미국 상업은행 국유화 등 해외 불안에 따른 글로벌 달러 신용경색이 한국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시장 개입은 외환보유액만 소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 수석연구위원은 "자칫하다가 외환보유액은 줄어들고 환율은 올라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경우, 외환시장에 '공황'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은 언제 개입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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