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빅3'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 정부로부터 추가 자금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생존능력을 보여줘야 하지만 차 판매 실적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보다는 국유화가 최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車 판매 40년래 최악 = 주요 외신들은 3일(현지시간) 2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41% 감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자동차 빅3 중 한 곳인 제너럴모터스(GM)는 2월 판매량이 일년새 53% 급감했다. 이는 지난 1967년 이후 42년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크라이슬러와 포드도 판매량이 각각 44%, 48% 줄었다.
판매 급감으로 빅3는 당장 운영자금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말 현재 GM이 보유한 현금은 140억 달러로 GM은 3~4월 운영비로만 46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GM 유럽법인은 이날 유럽연합(EU)의 자금 지원이 없으면 2분기 내에 유럽법인이 파산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크라이슬러는 상황이 더 안 좋아 3월 현재 현금 보유액이 24억 달러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의 지원 없이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이미 정부로부터 174억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이들은 정부에 216억 달러를 더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내려면 오는 31일까지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생존능력을 입증할 만한 게 마땅치 않은 데다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2월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지만 오는 4분기까지는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GM도 스스로 2분기 생산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줄이기로 했고 포드도 같은 기간 38% 감산할 계획이다.
◇차라리 국유화가 낫다 = 일각에서는 GM과 크라이슬러를 아예 국유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CNN머니는 1970년대 철도 국유화 사례를 들며 GM 등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국유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난 1974년 미 정부가 파산한 철도업체를 구제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기구인 미국철도협회(USRA)를 성공 사례로 꼽는다. USRA가 당시 철도업체들을 통합해 콘레일(화물철도)과 암트랙(승객철도)을 설립해 철도업계를 정상화시켰다는 것이다.
전직 철도업체 임원이자 철도 컨설턴트인 래리 코프먼은 "USRA는 현재 미국 자동차업계를 구제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며 "당시 철도회사 경영진이 회사를 정상화시키지 못한 것처럼 현재 자동차업계 경영진도 회사를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기구가 설립되면 소비자들은 기업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하게 돼 자동차를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부 차관 출신으로 USRA 설립에 참여했던 존 바넘 맥과이어우드도 "GM과 크라이슬러를 계속 지원하면 납세자 부담만 커진다"며 "정부가 맡아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게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유화 반대론도 만만치않다. 독점 경영이 가능한 철도와 달리 자동차는 해외 자동차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70년대 영국이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국유화했다가 이들 브랜드를 다시 외국 업체에 넘겨준 사례도 반대론에 힘을 싣고 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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