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고쳐 쓴다"···불황에 '리폼'족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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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0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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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청담동에 사는 주부 황인숙(52)씨는 최근 장롱에서 낡은 명품 가죽재킷을 다시 꺼냈다. 유행이 지나 몇 년째 처박아 뒀던 옷을 요즘 유행에 맞게 고치기 위해서다. 

 황씨는 “경기 불황으로 벌이도 예전 같지 않아 새 옷을 구입하는 것 보다 고쳐 입는 게 훨씬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막상 수선이 끝난 옷을 입어보니 새 옷처럼 마음에 쏙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옷을 비롯해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을 고쳐 쓰는 ‘리폼(reform)족'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고객들이 수선을 맡기는 물건이 가방이나 구두, 액세서리같은 소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모피코트나 의류 같은 고가 명품의 수선 요청이 많아졌다는 게 수선업체의 설명이다. 

 압구정동의 M사의 경우 올해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5% 가량 늘었다.

 인터넷쇼핑몰 옥션에서는 의류 리폼을 위한 재봉틀과 가구 리폼을 위한 가정용 공구세트, 시트지 등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재봉틀은 지난해 10월까지 1만6000여대가 팔려 전년 4100여대가 팔린 데 비해 크게 늘었다.

 또 가정용 공구세트와 전동 드릴, 헌 가구에 붙이면 새것 같은 느낌을 주는 원목무늬 시트지 등의 판매가 늘어났다. 인터파크에서도 시트지 등 집안 리폼용 상품들이 전년보다 2배 이상 팔렸다.

 신차 판매가 줄어드는 대신 자동차 정비족들도 크게 늘었다. 

 8일 G마켓에 따르면 자사 사이트를 통한 정비거래건수가 최근 2개월 동안 약 3000건에 달하면서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1000건 거래된 것에 비해 3배 상승한 수치다. 

 G마켓에서 관련 상품 중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은 엔진오일과 배터리로 전체 정비거래건 수 중 약 40% 비중을 차지했다. 또 봄철을 맞아 자가 세차족들이 증가하면서 차량관리 및 세차용품의 판매도 최근 1, 2월 두 달간 3만5000건이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 건이나 증가했다.

 한기현 G마켓 자동차사업팀 팀장은 “경기불황으로 신차 판매가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던 만큼 대신 기존 차량 관리 필요성이 늘면서 정비를 받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전제품과 컴퓨터 소매업의 분기별 매출은 1~3분기에 둔화했으며, 4분기에 8.4% 감소하면서 2004년 4분기 이후 4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반면 가전제품 수리업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6%, 4분기에는 10.7%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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