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실질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의무도입 대상 기업들이 상당히 적은 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올 연말까지 도입 준비가 완료되어야 하지만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IFRS 도입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기업이 대부분인 가운데, 많게는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도입 비용에 대한 정부의 세제지원도 전무한 상황이어서 IFRS의 성공적 도입과 정착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회계투명성 제고 및 회계기준 선진화의 일환으로 회계기준 통일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정부는 2007년 3월15일 국제회계기준 도입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오는 2011년부터 국내 상장기업은 의무적으로 IFRS에 따라 개별 기업 재무제표 대신 연결재무제표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해야한다.
도입시기는 2011년이지만 사실상의 IFRS 도입은 내년부터로 봐야 한다. 의무도입 대상 기업인 모든 상장기업은 2010년부터 '비교식 IFRS'를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 2011년 결산보고시에 전년 분기/반기/연도 회계자료와 비교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선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선임연구원은 "IFRS 도입 로드맵 발표 이후 약 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국내 1600여개 상장사들 가운데 실질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기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30여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강 선임연구원은 IFRS 도입이 한국 기존의 규정중심(Rule base) 회계에서 경제적 실질에 기초한 합리적 회계처리를 하는 원칙중심(Principled base)으로 옮겨가는, 사고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 하에 오랜 기간에 걸쳐 제정되어온 IFRS의 도입과 정착에 충분한 이해와 지식습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드맵 발표 이후 IFRS 도입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T는 조사에서 준비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성진 KT상무는 "당초 IFRS 도입이 기존 의사결정 및 IT시스템을 일부 보완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IT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결국 고객관리·영업시스템 등 수십 가지에 이르는 IT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며 "3단계(컨설팅→시스템 구축→시범실시)로 진행되는 IFRS 도입이 올 연말에는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상무는 한국보다 앞서 IFRS를 도입한 유럽의 한 다국적 기업은 당시 환율로 1600억원에 달하는1억 유로를 도입 비용으로 지출했다며 "고객과 제공 서비스가 많은 기업일수록 비용부담이 클 것"이라며 "많게는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경영에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무관한 IFRS 도입에 정부의 세제지원은 전무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 선임연구원은 IFRS 도입과 정착에 기업들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제대로 정착되지 못할 경우 국가적 손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과 실무 담당자들의 우려와 상반되게 관련 당국은 아직 여유롭다는 반응이다.
국제적 금융위기 등 악조건 속에서 기업들은 당장 막대한 비용부담뿐만이 아니라 시간적 여유도 없는 상황이지만 금융감독원은 이제서야 "기업들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지원 필요성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석일 금융감독원 국제회계기준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자체 조사 결과 상장법인과 비상장금융회사를 포함한 1900개 IFRS 의무도입 대상 기업들 중 26%가 도입 준비를 하고 있다"며 "(준비를 시작하지 않은) 76%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며 이들은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준비 기간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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