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삭감과 일자리 만들기 모든 기업 동참해야...임금 '삭감'을 넘어 임금 '반납'으로
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ㆍ미디어부장 |
임금삭감은 공무원과 공기업,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 국가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입사원의 연봉을 깎는 곳도 있고, 기존 임직원들의 연봉을 깎는 곳도 있다. 임금 삭감은 공무원 노조에서 반대할 뿐 대부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임금삭감에 불을 당긴 것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월 사장과 임원의 연봉을 10∼20% 삭감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대규모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경기 침체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먼저 연봉을 삭감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비행기탑승 등급을 낮추는 등 비용절감에도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자발적으로 간부들의 임금을 낮춘 삼성의 발표는 매우 신선한 것이었다. 앞서가는 경영의 표본이었다. 삼성 임원의 임금 삭감이 그룹 내부 직원들에게는 물론 다른 대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당시 분위기는 민간 기업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낮추면 공무원들도 그냥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 였다.
삼성이 임금을 낮추기로 한 바로 다음날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공기업 대졸 초임을 30%까지 낮추기로 했다. 공기업에 따라다니던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딱지를 떼어버린 것이다. 정부가 공기업 평균 대졸 임금을 2900만원에서 민간기업과 비슷한 2500만원으로 내려놓은 것이다.
공기업 대졸 초임을 깎은 후 정부는 공무원의 임금도 5∼10% 일괄 삭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1급과 2급, 3급 공무원은 7%, 4급 이하 공무원은 5%를 차등 삭감한다는 것이었다. 장관과 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은 연봉 10%를 반납하기로 결의 했다.
대기업도 임금 삭감에 동참했다. 30대그룹이 전경련에서 모임을 갖고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최고 28% 줄인다고 발표했다. 은행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30대 그룹의 동참은 삼성에서 시작된 임금 삭감이 공직사회를 거쳐 민간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5일에는 현대중공업이 메가톤 급 조치를 내놨다. 최고 경영자인 민계식 부회장과 최길선 사장이 아예 임금 100%를 반납한다고 선언했다. 부사장 8명은 임금 50%를, 나머지 임원 180명은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중공업의 경영진 답게 큰 결단을 내렸다. 현대중공업은 15년째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 했는데 이에 대한 사측의 보답이 경영진의 급여 반납이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도 회장 15%, 임원 10%, 부서장 5%씩 급여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주)한화의 여수공장 노조도 임금삭감과 일자리 나누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 말고도 많은 기업들이 임금을 줄이고 있다.
임금 삭감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중견기업까지 확산되어야 한다. 무려 350만명의 백수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 것이다. 임금삭감과 일자리 창출은 우리 경제를 살리는 디딤돌이다. 경기를 살리려면 내수를 살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게 일자리 만들기다.
삼성그룹 사장단에서 시작된 임금 삭감운동이 이제 ‘삭감’의 단계를 넘어 ‘임금 반납’의 단계가 되고 있다. 기업에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분명 어려운 우리 경제를 살리고, 실업과 물가불안, 소득저하로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하나가 되면 우리 경제는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ㆍ미디어부장 bhkim@ajnews.co.kr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