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됐다.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그나마 선방해온 단기 신용시장이 휘청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정부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키워 금융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단기 신용시장은 미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기업어음을 사들이고 단기채에 대한 보증을 강화하면서 올 들어 상황이 호전됐다. 하지만 런던은행간 금리인 리보는 지난 1월 중순 1.1%에서 지난 6일 1.3%로 올랐다. 이는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지난 10월 4.8%보다는 크게 낮지만 은행들이 단기채 상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투자자들도 단기채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EPFR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최근 한주간 하이일드 채권펀드에서 9억1100만 달러의 자금을 거둬들였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초 이래 가장 큰 규모다.
또 125개 투자등급 채권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미국 CDX지수도 지난해 12월 이래 최대폭인 250bp(1bp는 0.01%) 올랐다. 그만큼 채권에 대한 투자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미 정부의 부실 금융기관 지원책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에 쏟아붓는 돈의 액수가 늘어나는 만큼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더불어 커지고 있다.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기보다는 공적자금을 청산하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 정부가 금융권 및 신용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도 구체성이 결여돼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 정부는 지난주 금융시장의 부실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1조 달러 규모의 긴급 유동성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WSJ는 미 정부가 구체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시장은 악화일로를 걸을 수 밖에 없고 금융시스템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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